홍보업체 '뉴스컴' 세워놓고 나팔수 노릇만 주문... 모든 답변엔 '모르쇠' 일관"'돈' 위해 물불 안가리는 '악마'로 불리기도"
-
-
-
-
▲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성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뉴데일리경제 최종희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며 대한민국을 들쑤시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불란을 일으킨 엘리엇은 현재 입을 닫고 있다. 정확히 얘기하면 하고 싶은 말만 내뱉을 뿐 그 누구의 물음에도 답하지 않은 채 불쏘시개와 같은 행보만 이어가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4일 금융감독원을 통해 삼성물산 지분 7.12%를 쥐고 있다고 전격 공시했다. 그동안 정체를 감추고 있던 엘리엇이 삼성물산 3대 주주로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후 엘리엇은 곧바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반대한다는 논리를 펼치며 '삼성 때리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엘리엇은 삼성과의 전쟁을 하루 앞둔 지난달 3일 국내 언론 홍보를 담당할 대행사로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을 선정했다. 이 업체는 엘리엇 외에도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와 영국계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등 해외 기업을 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엘리엇은 뉴스컴에게 나팔수 노릇만 노골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엘리엇이 요구하는 내용을 토시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언론에 전달하는 역할이 뉴스컴하는 일의 전부다.
엘리엇은 뉴스컴과 정보 공유는 물론 업무 방향에 대한 논의조차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이 스스로 고용한 홍보업체에게도 자신들의 존재를 철철히 숨기고 있는 셈이다.
홍보업체를 뽑았다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로 불리는 언론과 소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엘리엇은 일방통행 또는 명령하달식 대화만 이어가며 불통 논란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뒤 소통 창구를 사실상 닫았다는 점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엘리엇 내부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기자들이 엘리엇 본사로 이메일을 통해 질문을 던져도 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엘리엇과 일하는) 우리도 이번 합병과 관련해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답답하다"고 귀뜸했다.
엘리엇의 속셈은 주식에 대한 시세 차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엘리엇의 실체를 금새 알 수 있다. 엘리엇은 돈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악마'로 통한다.
보통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를 노리며 국제기구 등에서 보내는 원조마저 채무를 갚는 데 먼저 쓰라고 할 정도로 무자비함의 극치를 보인다. 지난해 비슷한 방식으로 아르헨티나를 국가 부도사태로 내몰았었다.
한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성사 여부는 오는 1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정난다. 엘리엇은 합병 비율 등을 문제 삼으며 삼성을 거꾸러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부 유출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다, 이번 합병의 캐스팅 보트를 쥔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 국민연금도 합병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등 엘리엇의 도발이 헛수고로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