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꽃'에서 '구조조정 1순위' 전락…5년새 20% 감소매수 일색의 보고서, 검은거래 등 투자자신뢰 추락시킨 요인 많아증시 다시 기지개 켜는 시점, 신뢰회복 위한 노력 필요
  • 한때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던 애널리스트들이 지금은 구조조정 1순위로 전락했다. 갈수록 애널리스트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매수'일색의 보고서들이 난립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국 애널리스트의 전문성이 퇴색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영업중인 국내 증권사(37사)에서 일하는 애널리스트는 총 972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0년 말 1286명보다 24.4%가 줄어든 것으로 5년새 애널리스트 5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특히 2010년 3만9264명이던 증권사 임직원이 3만409명으로 11.3%(4455명)가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임직원에 비해 애널리스트의 어려움이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애널리스트의 전반적 규모 감소는 그동안 누적된 증권업황 악화에 따른 영향으로, 각 증권사들의 구조조정 시 애널리스트들을 1순위로 내몰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사마다 애널리스트 수는 감소했지만 증권사별 기업분석과 보고서 발간양은 유지하고 있어 남은 애널리스트들은 과도한 업무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8년 월 평균 5.0건에 불과했던 애널리스트 1인당 월간 리포트 발간 건수는 지난해 월 7.0건에 달했다.


    작은 규모의 인력이 많은 기업을 담당하게 되는 만큼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있는 것. 문제는 1인당 리포트 발간은 늘어났지만 그만큼 질적인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 '매수'일색의 리포트만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보고서 가운데 애널리스트와 증권사가 소신을 담아 '매도'의견을 낸 비중이 최근 1년 동안(2014년 4월~2015년 3월) 0.3%에 불과했다.


    매수 의견 리포트 비중은 85.0%에 달했고, 중립은 14.7%를 기록했다.


    대형증권사도 매수일색의 리포트 발간에 예외는 없었다. 한국투자증권만 매도 리포트를 낸 적이 있고,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현대증권은 매도 리포트가 전무했다.


    증시가 늘 활황세를 지속하고, 개별 종목 주가 역시 꾸준히 상승한다면 매수를 권고할 수 있지만 최근 들어 시장이 침체기로 다시 접어들고 있고, 개별 종목의 경우 급락세를 시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은 일제히 매수를 외치고 있는 것.


    이는 결국 투자자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애널리스트의 경쟁력도 떨어져 업계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설 자리 역시 좁아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리포트를 내기 이전에 특정정보를 사전에 기관투자자들에게 누출하거나, 매수리포트를 내고도 뒤에서는 매도를 주문하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3년 10월 4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CJ E&M의 분기 실적 관련 정보를 조사분석보고서 공표 전에 11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에게 사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보다 자유롭게 '매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애널리스트들이 펀드매니저들에게 정보를 사전제공하는 등의 불공정 관행도 집중 단속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공정한 투자정보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애널리스트의 조사업무에 자율성과 독립성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객관적인 기업분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제시된 점은 환영할 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심각하게 떨어진 투자자들의 애널리스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증권사와 기업들의 환경조성 못지 않게 애널리스트들의 의식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개인투자자들도 애널리스트가 투자자를 위한 리포트를 냈다고 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증권사들 역시 고비용을 들이면서 애널리스트를 고용할 이유가 갈수록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시가 회복조짐을 보임에 따라 한동안 주식시장을 떠났던 개미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증권사들은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리서치센터 축소카드를 꺼내서는 안되고, 개별 애널리스트들도 시류에 휩쓸리기 보다는 경쟁력 향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