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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 공사 지연 등으로 최대 3조원대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대우조선해양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해외지사 4곳을 정리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에콰도르, 말레이시아, 독일, 브라질 등에 위치한 해외지사 4곳을 철수한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선수금환급보증(RG) 증액, 러시아 야말프로젝트 관련 SPC(특수목적법인)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안건들도 함께 통과됐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해외지사 4곳을 철수하기로 한 것은 일시적 사업 종료에 따른 결정"이라면서 "부실사업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설명했다. 각 지사들은 1인 지사 형태로 운영돼 왔으며, 철수시기 및 방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회사는 향후 수주 역량 확대를 위해 수출입은행 등에 선수금환급보증 한도의 증액을 요청키로 했다. 조선사는 은행 등 금융사들의 선수금환급보증이 있어야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고 선박건조를 시작할 수 있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가 부도가 날 경우 보증을 섰던 은행이 선주측에 선수금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내용의 보증서다.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최종 승인이 떨어질 시 최근 유동성 위기 논란이 불거진 대우조선 입장에서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자금 사정이 불투명한 대우조선에 불안감을 느낀 선주들이 발주를 꺼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금융권이 확실한 보증지원에 나선다면 이 같은 상황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 게 업계 관측이다.
대우조선은 러시아 북부에 SPC도 신규 설립한다. 야말프로젝트에 투입할 쇄빙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의 시운전을 위해서다.
야말프로젝트는 러시아 노바텍과 프랑스 토탈, 중국 CNPC가 2000억 달러를 투자해 시베리아 서쪽 야말반도에 위치한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대우조선은 이 사업에 투입될 총 15척의 쇄빙LNG선을 지난해 약 48억 달러에 일괄 수주한 바 있다.
문제는 건조한 선박을 시운전할만한 환경이 국내에는 마땅찮다는 점이다. 극지대의 얼음을 얼마나 잘 깨뜨리고 전진할 수 있느냐가 쇄빙선 운항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에 시운전 만을 위한 자본금 1달러의 일시적 법인을 러시아 현지에 설립키로 결정했다.
인력 및 계열사 감축 등을 비롯한 구조조정 방안과 유상증자 여부 등은 따로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경영정상화와 관련한 각종 내용들은 채권단의 실사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21일자로 이 회사의 본격 실사에 착수했다다. 대우조선의 또 다른 부실요인으로 꼽히는 대우망갈리아중공업, 드윈드 등의 해외자회사들도 정밀 진단 대상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