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언론플레이 '득보다 실'...되레 '신동빈 대세론' 굳혔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게릴라식 폭로전이 오히려 신동빈 대세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입국한 이후 아버지를 등에 업고 문서→음성→영상으로 폭로 수위를 높이며 언론플레이에 나섰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여론몰이에 주력한 것. 하지만 국내에서는 득보다 실이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 일본어로 인터뷰한 신동주 vs 한국어로 입장발표한 신동빈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모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신 전 회장은 신 회장을 직위해제 하라는 내용의 '신격호 지시서'를 공개하면서 자신의 쿠데타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인터뷰했다는 사실에 더 주목했다. 

신 전 부회장의 모친이 일본인이긴 하지만 아버지 신 촐괄회장이 한국인인데다 롯데그룹이 한일 양국에서 사업을 꾸리고 있다는 점에서 신 전 부회장의 한국어 실력은 의외라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신 전 부회장 같은 사회 지도층 인사가 한국 국적을 갖고도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비판이 일었다. 특히 한국 국적으로 모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몇가지는 한국어로 준비하는 등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롯데그룹이 한일 양국에서 사업을 꾸리고 있고,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을 염두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구사가 거의 불가능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방송 직후 인터넷상에선 "한국국적이라는데 한국말을 못하는건가?", "국적은 한국일지 몰라도 정신은 일본인", '언어를 잊어버린 한국인이 한국인이냐'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급기야 일부에서 롯데 제품의 불매 운동까지 제기되자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급히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일 모 방송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궁민 여러분 재손하무니다.(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어눌한 한국말로 사과한 것. 이어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서 태어나고 일본서만 경영 활동을 해 한국말이 미숙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했다. 뒤늦게 짤막한 한국어로 사과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성의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연이어 비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반면, 차남인 신 회장의 경우 아주 능숙하지는 않지만 한국어를 이용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줄곧 한국 내 계열사에서 근무를 해오면서 한국어 실력을 키워왔다"면서 "일본식 억양이 묻어나긴 하지만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 회장은 지난 3일 일본에서 귀국한 직후 김포공항에서 한국말로 인터뷰에 응해 신 전 부회장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날 "국민 여러분께 이런 사태가 발생해 죄송하다"며 "국내외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완벽하진 않지만 한국어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신 회장은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에서도 일본식 발음이 다소 섞였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은 한국말을 전혀 못해 사실상 일본인인 신동주 전 부회장보다 한국말에 익숙한 신동빈 회장이 더 그룹 승계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형의 폭로전이 오히려 어부지리 효과를 가져다 준 격"이라고 말했다.


◇ 신동주 공개한 영상, 신격호 건강이상설 증폭시켜 

신 전 회장은 인터뷰에 이어 신 총괄회장이 입장발표하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영상을 통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차남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 적이 없으며, 자신을 배제하려는 시도를 용서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신 회장 측이 주장하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는 한편, 한국과 일본 롯데 주주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대국민 여론전 전개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4년 전인 2011년 이미 한국 롯데그룹 회장에 선임된 신동빈 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해 논리적 모순을 드러냈다. 이에 신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이 고령이라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신 전 회장은 "현재 건강 상태에 이상없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 시점부터 '신격호 건강이상설'을 싸고 양측 간 치열한 공방전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이 영상을 공개한 뒤에도 예상치 못한 역풍이 맞았다. 메시지는 분명했지만 영상에 나타난 신 총괄회장의 모습은 건강이상설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신 총괄회장은 카메라를 한차례로 응시하지 않고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아래에 놓인 종이를 읽어내려갔다. 논란이 됐던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말하긴 했지만 써놓은 내용을 읽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일본롯데홀딩스'를 '한국롯데홀딩스'로 틀리게 읽는가 하면, 단어를 더듬거나 여러 차례 끊어 읽는 등 다소 어눌한 말투를 보였다. 방송사에서 제공한 자막이 없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수십년간 롯데를 이끌어온 분인데 일본롯데홀딩스를 존재하지도 않는 한국롯데홀딩스로 바꿔 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신 총괄회장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동영상이 오히려 그의 건강에 의문을 키우는 등 신 전 부회장이 원하는 여론 조성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 신동주, '때렸다', '교도소' 등 자극적 선동에 등 돌린 여론

신 전 부회장은 언론매체를 통해 낯 뜨거운 가족 간 갈등과 험담을 여과 없이 쏟아내면서 재계 지도층의 품격에 대한 논란 역시 거세다.

지난 2일 신동주 전 부회장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롯데의 중국 사업 손실을 언급하면서 "아버지 가 '아키오(신동빈)에게 배상을 받아라. 교도소에 넣어라'라고 말씀하셨다"면서 "7월 초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화를 내고 때렸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롯데가의 부끄러운 민낯을 세상에 드러냄과 동시에 돈 앞에서 형제 간도 없다는 비정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무차별적 폭로전으로 롯데의 기업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다"며 "신 전 부회장은 재계 5위 기업인 롯데를 사리사욕으로 흔드는 일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