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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로서 판단 능력에 문제가 없다"(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측) vs "고령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상태다"(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변수가 될 신격호 회장의 건강상태를 두고 양측간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가는 가운데, 신격호 건강이상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먼저 지난 2일 창업주 신 총괄회장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건강상태와 관련해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영상을 통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차남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 적이 없으며, 자신을 배제하려는 시도를 용서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는 한편, 한국과 일본 롯데 주주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대국민 여론전 전개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메시지는 분명했지만 영상에 나타난 신 총괄회장의 모습은 건강이상설을 완전히 불식시키에는 다소 부족한 모습이어서 논쟁의 여지를 남겼다.
신 총괄회장은 카메라를 한차례로 응시하지 않고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아래에 놓인 종이를 읽어내려갔다. 논란이 됐던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말하긴 했지만 써놓은 내용을 읽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일본롯데홀딩스'를 '한국롯데홀딩스'로 틀리게 읽는가 하면, 단어를 더듬거나 여러 차례 끊어 읽는 등 다소 어눌한 말투를 보였다. 방송사에서 제공한 자막이 없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공개된 영상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것을 뒤늦게 알고 2일 오후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밝혔다.
롯데그룹은 이날 영상이 신 총괄회장의 '진의'라기보다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왜곡된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수십년간 롯데를 이끌어온 분인데 일본롯데홀딩스를 존재하지도 않는 한국롯데홀딩스로 바꿔 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에 여전히 무게를 실었다.
이와 함께,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달 31일 신 총괄회장은 임원 업무 보고 자리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너 누구야"라고 3번이나 물어봤다는 게 롯데그룹 관계자의 주장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말로 "히로유키 데스(신동주입니다)"라고 크게 대답했지만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을 알아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 그룹 내부에서도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증언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94살 신 총괄회장의 건강을 둘러싼 논란은 점점 더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