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분쟁으로 '경제인 사면·경제살리기' 멈추면 큰일 국적논란-불매운동 "왜곡된 역사의 산물" "한국서 성장, 재투자하는 롯데는 韓기업" 목소리 일어
  • ▲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대형 태극기가 걸린 모습.ⓒ롯데물산
    ▲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대형 태극기가 걸린 모습.ⓒ롯데물산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극에 달한 '롯데 사태'가 경제계를 넘어 반(反)기업정서로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선 경제 살리기와 국민 대통합을 위한 사면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간의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과 갈등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롯데일가의 왜곡된 지배구조와 황제식 경영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롯데그룹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누가 승리해서 롯데를 차지하든 간에 롯데는 이번 사건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일본기업?…너도나도 '질타'
      "의미 없는 국적논란"

    롯데에 대한 반감은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지배지주회사가 일본기업이라는 사실에 국민들은 '국민정서'라는 모호한 기준을 두면서 SNS등을 통해 도를 넘어선 맹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심지어는 롯데에 걸린 태극기가 찢기는 사례도 발생했다. 최근 광복70주년을 맞아 베트남 하노이 지점에 내걸은 롯데마트 앞 태극기는 반쯤 찢긴 채 한참을 펄럭였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롯데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조사에 공개적으로 착수, 철 지난 '재벌개혁'을 들고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해외법인 공시 의무 부과'등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은 '반 기업 정서'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우리 산업 전반에 안 좋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 롯데그룹을 일본기업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의견도 터져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배 구조상으로 볼 때 호텔롯데를 쥐고 있는 맨 꼭대기에 일본 비상장법인인 광윤사가 있어 일본기업이라고 판단한 의견과 달리, 우선적으로 한국의 상법에 따라서 세워진 것은 한국법인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관할권의 법에 따라서 여러 객체를 소유하고 있는 그룹을 '어느 나라 그룹이다'라고 답하기엔 무리가 있으며, 이러한 그룹의 국적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에 있는 아이비엠(IBM)도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한국 상법에 의해서 설립된 한국 기업으로 봐야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일각에선 개방된 자본시장에서 외국인의 국내 회사 투자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 현지법인 형태로 나가 돈을 벌고 있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자본의 국적을 가지고 폄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삼성전자·포스코·네이버 등도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 절반을 넘어섰는데 이들 기업은 외국기업을 보지 않으면서 그저 롯데한테만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일간의 왜곡된 역사의 산물로 보인다"며 "롯데 사태를 반일 감정과 연계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도 도를 넘은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가다간
    …"반 기업정서 확산 조짐에 재계 '전전긍긍'

    재계는 무엇보다 이번 롯데 사태가 반기업 정서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들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내수진작을 위해 전방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내수와 수출 침체의 위기 속에서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경제살리기에 속도를 내며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모처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쏟고 있는데 롯데 사태가 경제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제활성화 정책의 본격 추진을 위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기업인 사면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롯데 사태가 터져 더욱 안타까워 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족간의 반목과 불확실한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비롯된 문제인데 국민들이 롯데그룹의 성과까지도 싸잡아 폄하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며 "모두가 힘을 결집해도 부족한 마당에 기업의 경영권 분쟁을 반기업정서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우리 경제는 메르스 여파로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경제사범들에 대한 선처가 절실한데 기업인 특사가 좌초된다면 재계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