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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석유화학 산업이 중국과 이란의 신증설 움직임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2위 석유 제품 생산국인 중국이 제품생산량 늘리기에 나선 가운데, 국제사회와의 핵 합의로 경제제재가 풀릴 이란이 원유시장은 물론, 정유·석유화학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면서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와 함께,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늘어 마진 확보가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석유 생산량 증대… "고도화로도 쉽지 않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자국의 소형 정유사가 국영 석유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원유를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중국이 자국의 석유 제품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함이다. 지난해 기준, 하루 1410만 배럴을 정제하고 있는 중국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하루 1880만 배럴을 정제하는 미국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미 세계 석유 제품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이 원유 수입량을 늘려 더 많은 양의 석유 제품을 생산한다면 국내 정유사들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국에 비해 고도화된 원유 정제 기술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석유 제품 생산을 확대해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설 전략이라고 밝혔지만 원유 정제로 생산된 석유 제품의 40% 이상을 수출해 이익을 내는 국내 정유사들에게는 중국의 생산량 증대가 심각한 위기로 다가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정제마진에 따라 좌우된다"며 "중국 정유사들이 석유 제품을 대량으로 국제 시장에 푼다면 정제마진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 나프타 등 석유 제품을 생산, 판매해 얻는 수익으로 석유 제품 공급량이 늘어나면 정제마진은 줄어든다.
핵 협상 타결… 이란 '폭풍성장' 국내 석화업계 위기핵 협상 타결로 세계 시장에 다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산유국 이란도 국내 석유화학업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이란이 원유 시장에 등장하면서 국내 석화업계가 값 싼 원재료를 얻을 수 있어 이익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란이 국내 석화산업의 전반을 위협하는 요소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KPIA) 관계자는 "이란은 현재 석유화학 공업의 주 원료인 에틸렌(ethlylene) 생산에서 연간 640만톤으로 세계 6위에 올라있다"며 "이란의 2020년 목표는 연간 85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한국을 꺾고 세계 4위에 오르는 것이고 2024년까지는 1500만톤 이상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3위 사우디아라비아를 꺾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란 핵 협상 타결은 단기적으로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란이 엄청난 양의 원유와 LNG를 시장에 공급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저렴한 원재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란의 성장은 국내 석유화학사들에게 위기가 될 수 있다.
이란 핵 협상, 美 공화당 반대 등 이슈 남았지만… 글로벌 석화社 "투자 원해"
지난 10일 이란 현지의 다수 언론에 따르면 글로벌 화학 기업들이 이란을 투자지로 낙점하고 있다. 핵 협상 타결로 국제사회부터 받던 경제제재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의회의 승인과 공화당의 반대 등 정치적 이슈가 남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이란은 새로운 투자지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란의 국영 석유화학회사인 NPC(National Petrochemical Company)의 운영 책임자인 모하매드 핫산 패이반디(Mohammad Hassan Peyvandi)는 해외에서 이란에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10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바스프(Basf), 린데(Linde), 엑센스(Exence), 쉘(Shell)이 글로벌 석유화학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원하느고 있다. 또 국내 기업인 현대(Hyundai)는 정유·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이란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
이란 NPC의 패이반디는 "산유국인 이란이 가지는 유리한 입지조건이 해외 석유화학사들의 국내 투자를 이끌고 있다"며 "국가 산업의 발전을 원하는 우리는 해외 석유화학사들이 투자를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미 공장 부지는 준비가 다 돼 있는 상태"라며 "유럽과 아시아의 석유화학사들이 이란에 투자 의사를 밝히고 있기에 2025년에는 이란이 세계 석유화학을 이끌어가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원유 부문에서 세계 3위, 천연가스(LNG) 부문에서는 세계 2위 산유국이다. 이란은 정유사들은 물론 LNG를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사들에게도 운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매력적인 입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