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證 임시주총 연기…당국 "적격성 심사 완료 빨라야 9월 중순""가장 몸값 높은 시점인데 적기에 시장에 못나와"
  • 오는 31일 개최 예정이었던 현대증권의 임시 주주총회가 연기되면서 매각작업에 또 다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현대증권의 매각절차가 계속 지연됨에 따라 현대증권의 다음 차례였던 KDB대우증권의 매각 일정 역시 뒤로 밀리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 PE 측은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을 현대증권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을 포함한 안건을 이달 말 임시 주총에 올리고 결의할 예정이었지만 임시주총이 돌연 연기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오릭스에 대한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고 있다. 또 오릭스의 투자 성향 및 과거 전례 등을 봤을 때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지분을 오릭스에 잠시 넘겼다 되찾아 오는 이른바 '파킹'을 계획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4년 후 현대증권 매각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 권리도 보유 중이고, 실제 인수에 투입된 금액 역시 오릭스의 1300억원에 비해 현대증권이 2000억원으로 많다"며 "인수 과정에서 여러가지 추측과 의혹이 나오고 있어 당국의 고민 역시 길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증권의 매각작업이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다음 타자'인 KDB대우증권의 매각작업 역시 늦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업계는 대우증권의 유력 인수 후보들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고, 후보로 지목된 곳들은 적극 부인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뜨거워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우증권 노조 역시 종업원 지주회사를 만들겠다며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인수전 개막이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흥행이 반감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현대증권 매각작업은 지난 4월에도 한차례 미뤄진 바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현대증권의 매각을 5월 중으로 끝낸 이후 대우증권의 매각작업에 곧바로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인 '오릭스 PE코리아-자베즈파트너스 컨소시엄'이 매각주간사인 KDB산업은행에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서(SPA) 체결 시한을 한 달 더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


    당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업계는 대우증권의 매각작업 개시가 이르면 7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금융당국이 여전히 오릭스에 대한 심사를 검토 중이고, 현대증권 역시 내부적으로 임시주총 일정을 연기함에 따라 현대증권의 매각작업 완료시점 역시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적격성에 대한 법률검토 중이고 심사 마무리는 빨라야 9월 중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결국 대우증권이 시장에 나오는 시점 역시 빨라야 연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의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이 지난해 5월 현대증권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이후 10월 본입찰을 시작해 올해 1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점을 감안하면, 매각 시작부터 마무리까지는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의 매각은 해를 넘기는 것은 물론 내년 상반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대우증권 관계자 역시 "회사 매각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의지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도 고민을 떠안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의 인수작업 외에도 팬오션, 동양시멘트, 금호산업 등 100여곳의 구조조정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부실기업을 맡고 있는 산업은행 역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력에 원활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며 거느리고 있는 대다수 기업들의 매각작업 역시 연기되고 있다.


    대우증권 매각작업을 시작하더라도 산은이 대우증권 매각에만 집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대우증권을 반드시 팔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증권이 업황호조에 따른 실적개선과 주가상승 등으로 매물로서의 관심도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외부 요인으로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지만 현재로서는 적기를 놓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증권 매각작업 연기로 대우증권의 연내 매각도 사실상 물건너가게 돼 증권가 M&A 이슈 역시 내년까지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