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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중장기적으로 설립되는 롯데그룹 지주회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형태의 지주회사로 전환될 지에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호텔롯데와 다른 1~2개의 회사와 합쳐져 지주회사로 거듭나거나 호텔롯데 단독으로 지주회사가 되는 방식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며 "연말까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투명 경영'을 통해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된 반(反) 롯데정서를 누그러뜨리겠다는 후속 조치로 보인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향후 호텔롯데의 상장 방식을 추측하기 바쁜 모습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호텔롯데와 롯데쇼핑·롯데제과가 인적분할을 해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회사끼리 합병하면 순수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면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만 분할해 호텔롯데와 합병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호텔롯데가 단독으로 지주회사가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경우 대주주 일가의 간접지분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회사 최소지분을 확보하는 데 비용이 발생한다. 지분 확보에 필요한 예상 비용은 롯데쇼핑 8000억 원, 롯데케미칼 5000억 원, 롯데제과 5000억 원, 롯데칠성 4000억 원 등이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합병 이후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가 주요 회사들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을 염두에 두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될 것"이라면서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합병하고, 이를 다시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는 '합병 후 인적분할'의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 롯데그룹 측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을 위해선 합병 후 재상장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여러 방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친 뒤 구체적인 지주회사 전환 방향에 대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데 들어갈 자금도 분석되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 순환출자를 해소하는데는 최소2조5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으로 해당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약 3조5000억 원 정도의 신규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계획은 신동빈 회장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을 때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지배구조 개선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분쟁으로 인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들의 압박이 거센 상황이기 때문에 롯데는 어떤 형태로든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롯데그룹이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구성하기로 약속한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은 이달 중에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TFT의 역할은 호텔롯데 상장이나 순환출자 구조 개선 등의 문제는 다루지 않으며, 한국과 일본으로 나눠져 있는 롯데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만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