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7일 주총장에 입장하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연합뉴스
    ▲ 17일 주총장에 입장하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연합뉴스

     


    신동주 전 부회장이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열린 도쿄 치요다구 데이코쿠호텔 3층 츠루노마(鶴の間)룸에서 끝내 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보면 설득의 수단으로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의 세 가지를 구분하고 있다.

    롯데가(家) 장남 신동주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보인 태도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필요한 3가지 요소 모두 결핍된 모습을 보였다.

    먼저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화자를 신뢰해야만 설득할 수 있다는 믿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주장한 첫 번째 설득의 기술 '에토스'이다.

    신동주는 주주들에게 경영인으로서의 신뢰감을 전해주지 못했다. 신동빈 롯데(한국롯데)와 신동주 롯데(일본롯데)의 크기만을 놓고 비교해봤을 때 서로 간의 경영능력 차이가 확연해진다. 양국 롯데계열사 총 매출액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한국롯데가 일본롯데의 10배 규모다. 일본에서 시작해 한국에 지점 형태로 진출했는데 이정도로 성장 규모 차이가 발생한 것은 신동빈의 경영능력 덕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주주들이 경영능력 면에서 장남인 신동주보다 차남인 신동빈을 더 신뢰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두 번째 설득의 기술은 '파토스'이다. 이는 듣는 사람, 즉 청자의 심리상태가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기쁘고 호감을 느낄 때의 판단은 고통과 적의를 느낄 때의 판단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유교 사상이 일상을 규율하던 한국과 일본에선 아직까지 장유유서의 법도가 엄격하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신동주가 고령인 아버지를 등에 업고 경영권을 되찾으려한 행태는 국민에게 그리고 주주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실제 2015년 7월 27일, 신동주가 고령으로 거동과 말이 불편한 상태인 아버지의 일본행을 주도했다는 언론보도는 양국의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응당 주주들이 이러한 신동주의 행동을 좋게 봤을리 만무하다.

    신동주가 제시한 증거에도 허점이 많았다. 이것이 '로고스'의 부재다. 로고스란 메시지의 본질 또는 청자에게 명확한 증거를 제공하기 위한 논리를 일컫는다.

    신동주는 입국 당일인 30일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신격호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날인 26일 작성한 것이라며 지시서 두 장을 공개했다. 지시서의 내용은 신동빈 등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6명을 해임한다는 것과 신동주를 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임명하고 다른 3명을 임원에 선임한다는 내용이었다. 지시서에는 신격호의 서명도 들어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신격호의 자필 서명'이었다. 롯데그룹 임원들은 수십년 동안 그가 서명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냥 구두로 지시를 하거나, 필요하면 도장을 찍는다고 주장했다. 신동주는 아버지의 지시서를 회심의 반격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진실 공방으로 치달으며 기세를 뒤집지 못했다.

    현재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국민의 사회ㆍ경제적 피로감이 적지 않게 쌓여있다. 두 형제 간 분쟁 과정이 시시각각으로 노출되면서 기업의 이미지 또한 실추됐다. 

    그리고 이날 신동빈이 주총을 통해 한일 롯데의 원톱리더라는 것을 사실상 확인됐다. 앞으로 롯데의 후계구도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신동주의 선택에 달렸다. 반(反)롯데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동주는 무엇이 롯데에 도움이 되는지 빠른 상황 판단과 행동을 보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