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노조' 비난에도 '파업 답례금 지급'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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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집행부가 저조했던 파업동력을 높이고자 대내외 비난을 감수하고 '상품권 지급'이라는 유인책을 강행했지만 끝내 조합원들의 마음을 흔들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3조2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던 이 회사는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노조 내부에서도 "지금은 임금인상 문제로 파업할 때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타나는 등 파업 참여 문제를 놓고 노노갈등 조짐까지 나타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4일 울산 본사에서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의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전제 조합원 1만7000여명 중 노조는 약 4000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했다고 집계했고, 사측은 2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파업참가율 제고를 위해 파업 참가 조합원에게 기본급의 70%를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파업참가율은 지난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6일 1차 부분파업의 경우 노조는 4000여명, 경찰은 약 300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각각 파악했다.

    노조 집행부는 별다른 실효없이 '돈으로 파업동력을 사려한다'는 눈총만 받게 됐는데, 이는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가진 인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 1차 협력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최근 조선소 대형적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며,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극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여론 탓에 노조 내부에서도 '지금은 임금인상 문제로 파업을 강행할 때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파업 자체를 놓고 실제 노조원들 간의 갈등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는 '투쟁의 현장이 싸늘하게 식어 들어간다. 조장을 일하고, 조원은 투쟁이고. 참여자는 상품권받고 웃음잔치, 미참여자는 상품권 못받아 인상쓰고'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 회사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협약을 두고 총 21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좀체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12만7560원(기본급 대비 6.77%)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고정성과급 250% 보장 △기본급 3% 노후연금 적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동결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지급 △안전목표달성 격려금 100만원 지급 등을 노측에 제시했으나 거절당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9일과 17일에도 각각 4시간, 7시간의 부분파업을 예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