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사무직만 희생양 삼는 반쪽자리 쇄신"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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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산업군 대비 비교적 안정된 고용환경, 높은 근속연수를 자랑하던 국내 대형조선사에도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각 업체들은 최근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한 조(兆)단위 적자로 조직슬림화, 인력감축 등을 진행함과 동시에 구성원들의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은 1일 기존 2총괄, 13부문, 56팀, 285그룹이었던 조직을 1소장(조선소장), 8본부, 39담당, 205부로 대폭 축소했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해양사업 부실로 3조원대 손실을 기록했는데, 경영정상화를 위해 비핵심자산 매각 및 대대적인 군살빼기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기존 조직들간 중복된 업무를 통합해 조직 운용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각 부서를 이끌던 부장급 이상 고참 직원들 중 40% 가량이 보임해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은 이달 내 높은 수준의 희망퇴직 및 권고사직도 함께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측은 "이번 세대교체로 조직의 건전한 긴장감 조성 및 조직 역동성 제고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해부터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젊은 핵심인재 육성을 위해 대리·과장 승진률 및 특진비율을 높이는 한편 임원진의 세대교체도 완료했다.

    현대중공업의 대리·과장 승진률은 각각 20%씩 상향 조정됐으며, 2013년만 해도 8% 수준이었던 특진비율을 10%까지 높였다. 특진연한도 -2년으로 확대했다.

    또 지난해 전체임원 숫자의 31%를 줄이고, 올초엔 과장급 이상 사무직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1300여명이 회사를 떠난 상태다.

    아울러 기존 호봉제로 운영되던 임금체계를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위주 연봉제로 변경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치열한 국제경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조직문화가 젊고 역동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판단"이라며 "우수 인재를 과감히 발탁해 회사의 핵심인력으로 육성시켜 가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또한 조만간 임원진을 대폭 물갈이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세대교체는 기존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가 경영효율에 저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형조선사들은 지난 1998년 IMF사태는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큰 그림의 구조조정 없이 쾌속 순항 해왔으나, 최근들어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며 인력구조 불균형 개선을 결심한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실무자는 적고, 관리자는 과도한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향후 조선사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즉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일반 상선을 한창 설계·건조할 때에는 숙련된 인력들을 다수 보유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회사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면서 "최근 들어선 과거 없던 친환경·초대형 선박 및 복잡한 구조의 해양설비 등의 발주가 주를 이루는 탓에 젊고 유능한 설계 엔지니어들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등 주변 환경의 변화 탓도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선사들의 세대교체가 '반쪽짜리' 쇄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이미 높은 수준의 연봉 및 정년을 보장받고 있음에도 임금인상 문제 등으로 실질적인 회사의 동력을 꺼뜨리는 것은 생산직 노조원들"이라며 "국내 조선소 노조들이 워낙 강성이다보니 사측에서 구조조정의 '구'자도 꺼내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