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지역본부 폐기 결정 토털 스테이션 93대 대체 장비로 보관·사용하다 감사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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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토정보공사(옛 대한지적공사)가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어 폐기한 지적측량장비 일부를 대체 장비로 재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기능 미비 등으로 정확도를 담보하지 못해 폐기하도록 결정한 장비를 재사용함으로써 지적측량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에 따르면 국토정보공사는 2010~2014년 토털 스테이션 장비 573대를 기능 상실 등의 이유로 폐기처분 했다. 토털 스테이션은 각도와 거리를 측정하는 측량장비로 정확도가 생명이다. 현재 토털 스테이션은 사용연한이 4년으로 돼 있다.
국토정보공사는 지난해만도 토털 스테이션 130대를 더는 지적측량 업무에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폐기처분이 결정된 장비는 파기하는 것이 원칙이나 일부는 부품 재활용을 위해 검교정센터에서 보관하거나 학교 등에 교육용으로 기증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정보공사는 보관하고 있던 토털 스테이션 일부를 지적측량업무에 재사용했다가 올해 초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대구·경북본부는 2010~2014년 폐기한 토털 스테이션 88대 중 14대를 보관하면서 소속 지사에서 사용하는 토털 스테이션이 성능검사나 수리를 위해 검교정센터에 보내지면 대체 측량장비로 대여해오다 감사에 적발됐다.
국토정보공사 소속 11개 본부에서 이런 목적으로 폐기하지 않고 보관한 토털 스테이션이 93대에 달했다.
문제는 폐기한 장비의 정확도가 떨어지다 보니 측량값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감사원 감사결과 이 기간 전국 19개 지사에서 재사용한 토털 스테이션 12대에서 측량값이 오차범위를 벗어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토털 스테이션에서 거리 측정에 쓰이는 일부 부품은 오래되거나 추운 곳에서 사용할 경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이전에 구매한 토털 스테이션 기종은 블루투스 기능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한 측량을 하는 데 제약이 따라 지금은 지적측량 업무에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토정보공사는 이 기종을 95대나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국토정보공사는 폐기처분 한 장비를 대여하고도 이를 제대로 기록·관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개 지역본부 중 경남본부(10대), 대구·경북본부(7대), 광주·전남본부(3대), 대전·충남본부(2대) 등 4개 본부만 폐기한 토털 스테이션 22대의 대여이력을 작성했을 뿐 나머지 본부에서는 아예 이력관리를 하지 않았다.
강 의원은 "폐기처분 한 장비를 재사용한 것은 정확도가 생명인 지적측량 결과에 대해 신뢰도 추락을 자초한 셈으로 공기업의 기강해이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낡아 폐기한 측량장비의 재사용을 금지하고 앞으로 노후장비 교체계획을 수립해 지적측량에 대한 정확도를 높여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정보공사 관계자는 "사용연한을 지난 장비는 파기하는 것이 맞다"며 "고장 수리 때 대체장비를 지역본부에 내려보내는데 장비 이동을 비롯해 사용이 불편하다 보니 일부 지역본부에서 보관하고 있던 장비를 재사용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