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구시, C펀드 운영... C-Lab 통해 6개월마다 벤처 17~18곳씩 키워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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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b 1기 벤처들이 내놓은 제품. ⓒ뉴데일리경제 최종희 기자.
[대구=최종희 기자] 삼성이 대구시에 한국판 '실리콘 벨리'를 세우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 벨리처럼 사업을 하다 고꾸라져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야심차게 전국 17곳에 설립한 '창조경제혁신센터' 가운데 삼성이 지원하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대구센터)가 전국 다른 도시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비결은 엔젤투자 덕분이다. 삼성은 대구시와 함께 C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 펀드는 창업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지분투자 형태로 사업자금과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사업이 갑자기 힘들어져 문을 닫게 되도 창업자에 대한 책임은 아예 없다. 잘 되면 지분에 따른 수익을 배분하면 그만이다. 보통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융자와 보증 형태로 진행된다. 때문에 사업 실패, 즉 도산을 하게 되면 창업자는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재기가 어려울 만큼 망가지게 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국 창조센터 중 대구시만 사업 성패에 따른 조건을 아무것도 붙이지 않았다"면서 "실리콘 벨리처럼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구센터는 아이디어가 있는 모든 벤처기업들에게 문호를 열었다. 다른 지역 센터의 경우 지역별 맞춤형 사업을 키우고 있지만 대구센터는 어떤 장벽도 두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11월 전북 전주에 문을 연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효성의 지원 아래 탄소섬유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벤처기업이 참여할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는 실정이다.
대구센터에는 내년 중 브라질 벤처기업 2곳도 입주할 예정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벤처까지 끌어모아 실리콘 벨리에 버금가는 글로벌화 전략을 쓰겠다는 계산이다.
삼성 만의 전매특허 벤처 육성 프로그램 'C-Lab'도 대구센터의 빠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대구센터는 C-Lab를 통해 6개월마다 17~18곳씩 벤처기업을 받고 있다. 벌써 1기 졸업기업 17곳을 배출했다. 현재 2기에 포함된 18곳이 육성 프로그램을 밟고 있다.
삼성은 이들 기업에게 초기 투자금 2000만원을 지원하는가 하면 전문가와의 일대일 창업 멘토링도 제공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C-Lab을 졸업한 기업 중 3곳은 이미 미국에서 투자 설명회를 여는 등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많은 기업들이 대구센터의 도움으로 성장한 뒤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삼성과 함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은 이날 대구센터 출범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행사를 개최하고,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행사에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 권영진 대구시장,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이선종 삼성벤처투자 사장, 대구지역 벤처기업 및 투자회사 관계자 등 모두 2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