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증권사, 증시대란 원인으로 몰리며 존폐 위기론까지
  • 중국 본토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를 강타한 증시 대란의 원인을 제공한 한 축으로 몰리며 최악의 경우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중신증권은 삼성증권과 지난 3월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고 삼성증권이 국내 시장에서 후강퉁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회사이다. 여기에 인수전이 임박한 KDB대우증권의 새 주인 후보로 꼽혀왔던 회사라는 점에서 국내 증권가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주요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기반으로 현지 최대 증권사로 자리잡은 중신증권이 몰락위기에 빠졌다.


    중신증권의 청보밍 사장을 비롯한 회사 고위 간부들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중국공안(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중국 금융당국은 물론 정권과 유대관계가 깊은 중신증권이 증시 폭락으로 현 정부의 지도력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정부와 함께 중국 자본시장 개방에 앞장섰던 중신증권이 함께 뭇매를 맞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 증시 대란으로 정권이 흔들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과 오랜 친구였던 왕둥밍 회장이 이끌고 있는 중신증권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중신증권이 몰락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권가도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우선 KDB대우증권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철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신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진출을 모색해왔던 곳이다.


    인수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특히 옛 동양증권이 대만의 유안타금융그룹에 인수돼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또 보험업계에서는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하며 '한국 토종 금융사를 인수한 첫 중국 본토 금융사'가 이미 탄생한 상황이다.


    이처럼 중화권 자본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부분 해소왼 만큼 중신증권의 확실한 인수 의지와 금융당국의 승인만 있다면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와 당국의 인수승인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자본력에 있어서는 독보적이다. 지난해 매출 291억9800만위안(5조3546억원)에, 순이익이 113억3700만위안(2조791억원)에 이르며, 모회사인 시틱그룹의 경우 총자산은 지난해 4조2997억위안(약 764조원)으로 삼성(331조원)의 2배가 넘는 거대 그룹이다.


    산업은행이 공개 경쟁 입찰 방식을 택한 만큼 호가를 가장 높게 부른 곳에 대우증권을 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본력에서는 중신증권의 경쟁력이 막강하다. 또 국내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이미 인수에 관한 자문계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중국내 대형 악재가 발생함에 따라 인수전 참가 여부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치와 경제부문의 특수성 때문에 중신증권이 악재를 맡게 된 부분도 있지만 중국 정부가 증시 대란을 계기로 대대적인 '시장정화'작업에 나서고 있고, 본보기로 중신증권이 엮이게 된 만큼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운신의 폭도 크게 위축돼 한국 자본시장 진출 역시 접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차원에서 제휴를 맺고 협력을 논의해왔던 삼성증권 역시 중신증권 사태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신그룹은 올초 삼성과 최근 금융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한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다.


    지난 3월에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창쩐밍 중신그룹 동사장(대표이사)을 만나 금융사업 협력 확대 방안을 협의하며 삼성증권과 중신증권의 관계를 다졌다.


    삼성증권과 중신증권은 두 사람의 회동 직전 리서치 정보 공유·VIP 고객 상호 교류·프라이빗뱅커(PB) 상호 방문 연수·상품 교차 판매·투자금융(IB) 분야 협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전략적 제휴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중신그룹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하는 등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전략적 제휴 이후 실제로 삼성증권은 후강퉁 부문에서 업계 독보적 선두자리를 유지하는데 중신증권의 많은 도움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4월 중국증시가 과열 위험이 제기됐을 당시 삼성증권은 중신증권의 조언을 반영해 중국 증시와 관련된 투자자보호에 주의를 기울여 큰 손실을 면해 유안타증권 등 후강퉁 부문 2위권을 달리고 있는 증권사들과 격차를 더욱 벌렸다.


    반면 이번에 중신증권이 휘말리게 되면서 삼성증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측은 개인이나 특정분야에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당장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중신증권과 주로 후강퉁 등 실무분야에서 업무교류가 있었던 것"이라며 "중신증권 임원들이 조사를 받고 있는 부분은 개인적인 일이고, 현재로서는 제휴 영역과 관련된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삼성증권과 중신증권의 전략적 제휴관계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