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호 가대위 대표 "반올림, 노동위원회 형태 조직 만들어 삼성 컨트롤 원했다""수년간 기다려 온 유가족 외면... "답 없는 싸움만 펼치는 활동가 중심 반농림 존재 이유 퇴색"유가족 지지 얻은 삼성, 빠르면 추석 전 일부 보상금 지급 및 추가 보상 대상자 찾기 협력도
  • ▲ ⓒ뉴데일리경제DB.
    ▲ ⓒ뉴데일리경제DB.


    "반올림은 피해 가족을 돕겠다는 초심을 잃은지 오래다. 오히려 삼성이 우리 입장을 더 배려해주고 있다."


    반도체 직업병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보상 절차를 협의하고 있는 송창호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대표는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대해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이날 송 대표는 반올림에 대한 실망감을 여과없이 털어놨다.

    송 대표는 "지난 8년간 직업병 문제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유가족 모두가 지쳤지만, 반올림은 이런 어려운 처지를 감안하긴 커녕 오히려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반올림과 같은 시민단체는 사회적 약자의 길잡이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데, 이들의 모습에선 유가족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활동가 숫자가 유가족보다 많은 반올림 내부 구조가 조직을 활동가 중심으로 변질시켰다는 것이 송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조직 내 유가족은 2명 뿐인데 활동가는 4명이나 되다 보니, 유가족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보다 활동가 위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횟수가 많다"면서 "드러나지 않은 유가족들이 많이 있다고 얘기하는 반올림이 정작 이들을 구성원으로 받아드리는 않는 이유 역시 지금과 같은 조직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소위 활동가로 불리는 4명과 유가족 2명으로 구성돼 있다. 가대위에는 유가족 8명 만이 소속돼 있다.

    가대위와 반올림 간 갈등의 골이 급속도로 깊어진 시점은 지난 7월, 삼성을 더한 3곳의 이해당사자 사이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조정위회가 권고안을 내놓으면서부터다.

    당시 조정위는 권고안을 통해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기부해 공익법인을 세운 뒤, 이 법인이 임명하는 옴부즈맨들로부터 내부 점검을 받도록 했다.

    재해보상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다한 기업에게 현행 법과 사회적 통념으론 설명조차 안 되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다.

    하지만 반올림은 권고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공익법인 설립을 주장했다.

    이와 달리 가대위 생각은 정반대였다. 심지어 반올림 내부에서도 공익법인 반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송 대표는 "반올림은 노동위원회 형태의 조직을 만들어 삼성 내부를 컨트롤하길 원했다"면서 "수년간 어떠한 보상도 없이 기다려온 유가족을 외면한 채 답 없는 싸움만 펼치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조정위도 반올림과 마찬가지로 이번 문제의 발단이 된 유가족의 뜻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일련의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며 다른 단체가 진정으로 유가족을 위해 일하진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고 그래서 우리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로 결정 한 것"이라며 반올림에 등을 돌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가대위는 현재 삼성과 독자적으로 보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이르면 추석 전까지 최근 조직한 보상위원회를 통해 일부 유가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송 대표는 앞으로 가대위 구성원은 물론 비슷한 처지의 다른 유가족들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가대위 사무실에 전화기를 두 대 설치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개설해 알려지지 않은 보상 대상자를 찾아낼 목표다.

    삼성 역시 송 대표의 생각에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송 대표는 "며칠 전 삼성 측을 만나 논의한 결과 삼성이 조성키로 약속한 사내기금 1000억원이 몇 사람에게만 쓰여지는 것보단 많은 유가족들에게 돌아가는 편이 옳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가대위는 예산이 이런 취지에서 제대로 행될 수 있도록 기금 사용처를 계속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동안 기댈 곳 없던 시기에 반올림이 큰 힘이 됐던 건 사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유가족이 아닌 활동가들을 위해 단체로 변했다"면서 "존재 이유 자체를 상실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빨리 초심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