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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인수전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당초 산업은행이 단순히 통 큰 베팅을 하는 곳에 KDB대우증권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번 기회에 초대형·글로벌 IB(투자은행)를 탄생시켜보자'는 금융당국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의 입장이 '대형 증권사가 대우증권 인수에 나서길 바란다'는 쪽으로 다소 기울고 있다.대우증권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을 관할하며 매각의 최종 결정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에서 이같은 말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는 현재 대우증권 인수 1순위로 KB금융을 꼽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외환은행과 ING생명 인수전에서 잇따라 패배했고, 우리투자증권 역시 NH농협금융에 빼앗겼다. 그러나 여전히 비은행권 강화를 추진하기 위한 의지는 높은 상태다. 자금력 역시 충분하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은행을 필두로 증권업까지 업계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반면 지난 9일 미래에셋증권이 1조2067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프라임브로커) 진출 및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도전장을 내며 인수전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미 한국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대우증권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지만 이들은 여전히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상황을 관망하며 여전히 '잠재적' 후보로 머물러 있는 상태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와 증권업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이 공식적으로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를 선언함에 따라 당국의 입장도 다소 바뀌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제값을 받고 대우증권을 팔면서도 대우증권을 통해 한국에 초대형 증권사를 탄생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금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업자(IB)의 기업대출 기능 강화, 자산관리 기능 강화, 사모펀드 활성화 등을 담은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추진 중인 금융위의 의도와 방향이 같다.
인수의지를 공식화 한 미래에셋증권에 대우증권을 매각할 경우 바로 자본금 7조원대의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자기자본 7조9124억원의 초대형 증권사가 된다. 현재 1위인 NH투자증권(4조4954억원)을 월등히 앞서는 수준이다.
인수 이후 시너지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와 부동산 등 해외투자가 주 수익원이다. 대우증권은 위탁매매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양사 합병효과가 기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이 한창일 당시에도 초대형 증권사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는데 NH농협증권의 규모가 작아 처음 기대에는 다소 못미치는 결과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라며 "대우증권의 매각작업이 마무리되면 당분간 업계 선두권 증권사들의 M&A 이슈가 없는 만큼 대우증권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당분간 증권업계는 뚜렷한 강자 없이 업계 내 출혈경쟁이 가속화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에 대한 고민과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KB투자증권의 자가자본은 5000억원대에 불과해 대우증권과 합병을 한다면 현재 1위 NH투자증권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게 되고, 합병 이후에도 운영에 따라 순위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남게 된다.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대우증권 입장에서는 KB투자증권과의 합병이 중복되는 업무가 적어 시너지효과를 가장 많이 낼 것으로 보고 있다.
1+1이 2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상대가 KB투자증권이라는 것. 단숨에 자기자본을 키워 업계 선두로 나서는것 보다는 최대한 내실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KB투자증권과의 합병에 힘을 싣고 있다.현재 여론은 '초대형 증권사'의 탄생을 바라는 쪽이 조금 더 많은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B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칠 경우 이익을 얻는 곳은 KB금융이라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칠 경우 인수자는 물론 업계 전반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금융당국 역시 긍정적이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앞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확실한 전략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덩치만 큰 증권사가 탄생할 경우 업계 전체적으로 더욱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때문에 유력후보가 한 곳 더 늘어난 만큼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한편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매각 주관사로 삼일회계법인과 크레디트스위스를 선정했다. 매각 공고는 10월 중 나올 예정이며,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내년 1분기 안에 매각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