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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뱅크 아성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인가, 찻잔속에 태풍에 그칠 것인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인터넷은행 출범 시각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추석연휴 직후인 이달 30일 예비인가를 위한 1차 신청을 받는다. 대주주 적격성과 사업성 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연내 1호와 2호 인터넷은행을 탄생시키겠다는 복안이다.
KT 인터파크 카카오 등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이 네개 쯤이니 확률은 50%다. 저마다 예선 통과쯤은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은산분리나 실명제 보완 등 핵심사안은 기약이 없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금융결제망 이용방안 등은 세부사안은 손도 못댄다. 내부 주도권 다툼이 이어질 지분 경쟁은 잠시 휴전상태다.
짜여진 일정에 따라 우선 신청 먼저 하고 보자는 식이다. 벌써부터 인터넷뱅크가 또 하나의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이는 대목이다. -
◇ ICT 기업 '3강-1약' 구도...非은행-非대기업에 줄줄이 좌초
은행권과 대기업군은 일찌감치 뒷전으로 밀렸다. IT와 금융의 융합을 통해 핀테크 산업 육성을 내세운 정부가 일찌감치 은행이나 대기업 참여는 막았기 때문이다.물망에 올랐던 ICT 기업이나 증권 등 2금융권 유력기업들도 대거 발을 뺐다.
결국 KT, 인터파크, 카카오 등 ICT기업에 스타트업 단계의 500V 컨소시엄 등 네 곳으로 압축됐다. 3강 1약이라는 평가가 많다. 인터넷은행의 성공 관건이 IT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한 고객과의 관계와 신뢰 형성이란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IT시대에도 여전히 '금융은 신뢰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예비 인가 신청을 열흘쯤 남겨둔 현재도 컨소시엄별 막판 짝짓기가 한창이다.
KT가 주축이 된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현대증권, 한화생명, GS리테일,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다날, 포스코ICT, 이지웰페어, 얍(YAP), 8퍼센트, 인포바인 등 금융권-ICT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인터파크가 주도하는 이른바 '인터파크 뱅크 그랜드 컨소시엄'에는 SK텔레콤을 비롯해 IBK기업은행·NH투자증권·GS홈쇼핑·NHN엔터테인먼트·옐로금융그룹·웰컴저축은행 등이 참여한다. 현대해상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한국투자증권·국민은행 등으로 비교적 단촐하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 다음카카오와 국민은행이 각각 10% 지분을 확보했다. 나머지 30% 지분에 참여할 핀테크 관련 기업들을 모으고 있다.
기존 금융사들이 주도하는 것과 달리 '500V(오백볼트) 컨소시엄'은 소상공인연합회 정상화추진위원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업에 대한 이해도를 요구하고 있어 신청 마지막 단계까지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사를 컨소시엄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컨소시엄들은 저마다 IT+금융 짝짓기에 성공한데다 기술성과 혁신성, 비즈니스 모델 등에서 비교우위를 주장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연내 예비인가 대상을 최대 3곳까지 늘릴 수도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까지 하고 있다. -
◇ 1호 인터넷은행 탄생은 언제?
당초 예비인가 사업자는 1개가 유력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에 비추어 봤을 때 2개, 최대 3개까지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 14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수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인가 신청이 들어오는 상황 등을 봐서 기존에 발표했던 방침에 구애 받지 않고 여러 가지로 유연하게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같은 날 바로 종전 방침과 달라진 게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놨다. 헷갈리는 대목이지만 내달 7일 열리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종합 국감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금융위는 30일과 다음달 1일 이틀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하고 심사를 거쳐 올해 안에 예비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제 조건을 충족할 경우 내년 상반기 1호 인터넷 은행이 탄생한다. -
◇ 국회에 물어봐야
은산분리나 비대면 실명인증 등 핵심 이슈는 모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정부 차원일 뿐이다. 인터넷 은행의 탄생은 국회에 물어봐야 하는 셈이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이 시중은행 지분을 10%(의결권은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은산분리 규제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완화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는 특히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50%까지 보유하도록 하는 '과감한' 방안이 담겨 있다.
은산분리 규제를 '확' 푸는 대신 인가 심사나 대주주 관리를 강화하겠다는게 당국의 복안이지만 아직 부정적인 여론도 많고 그 여론을 딛고 국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리 만무하다. 더욱이 내년에는 총선을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런 분위기를 잘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은산분리 규제는 완화될 것이라며 참여업체들을 독려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을 경우 저축은행법이나 전자금융거래법을 활용하는 방안 등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최저 자본금도 기존 은행의 절반 수준인 500억원으로 낮췄다. 기업금융은 배제하는 대신 개인금융은 예금과 대출, 자산관리, 지급결제, 펀드판매 등으로 폭넓게 허용했다.
연초 대통령에게 보고한 핀테크 산업의 핵심이 '인터넷은행'인 만큼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모양새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있을까... 대주주 자격시비 2차 고비
ICT 기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들은 기존 은행에 10% 정도의 지분을 주는 방안을 일방적으로 제안했다. 산업자본은 법적으로 최대 10%까지 소유할 수 있지만, 은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의 특별한 근거는 없다.
IT기업들이 은행권을 대하는 시각이다. 경영권 측면에서 결정력을 갖기도 어렵고 실익도 불확실한 10% 지분을 놓고 은행권에서도 말들이 많다. 카카오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던 신한은행이나 KT컨소시엄에서 떨어져 나간 교보생명 등은 모두 지분문제와 연관이 있다.
"은행이 최대주주가 되면 안 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명확한 만큼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지만 최근에는 은행들 별로 지분율 조정 등 실익챙기기도 분주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향후 불거질 대주주 자격문제다. KT와 카카오 등은 1대 주주의 꿈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KT는 자산 규모 5조 이상으로 상호출자제한을 받는 대기업이지만 총수가 없는 집단의 예외규정을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1단계에서 비금융주력자 지분을 10%로 제한한 은산규제가 풀리면 단박에 50% 지분을 차지할 태세다.
야당에서는 진작에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기식 의원은 "50% 주주를 두고 4%의 의결권 지분을 가진 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고, 그 자체로 의결권 공동행사의 약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10%씩 지분을 분산한 경우에도 유무형의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이 존재하는지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대주주 변경 약정이 있는 경우 의결권 행사에 대한 약정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주주의 동일인 자격여부는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인터넷 은행이 뒤뚱거리지 않고 제 갈 길을 갈 수 있을 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