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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사태가 국내 판매 유효기간을 두달여 앞둔 유로5 디젤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한 자동차 회사의 배출가스 속이기에 그치지 않고, 국산은 물론 유럽서 건너온 디젤차의 신뢰 위기로 확대되고 있기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와 유럽계 수입차 브랜드가 유로6 신규적용으로 오는 11월로 판매가 제한된 유로5 디젤차에 대한 재고처리에 부심한 가운데, 폭스바겐에서 점화된 배출가스 조작파문으로 판매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유로6는 기존 유로5보다 디젤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한층 강화된 새 규제다. 질소산화물은 56%가량 줄여야 하고, 입자상 물질도 ㎞당 0.0045g 이하로 낮춰야 한다. 유로5 차들은 지난 1일부터 생산 또는 수입할 수 없고, 기존 물량은 11월29일까지 판매가 유예됐다. 이후에는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현대차 쌍용차 BMW 같이 이미 유로6로 대부분 모델을 변경한 업체들은 자유롭지만, 일부 메이커는 여전히 기존 모델의 재고를 털어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있다.
기아차의 경우 유로6 기준을 맞추기위해 지난달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의 생산까지 잠정 중단한 상태다. 한국지엠, 르노삼성의 경우 유로5 디젤에 대한 파격적인 할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유로 5 디젤 모델을 구입하면 개소세 인하를 반영할 경우 캡티바 344만원, 말리부 디젤 304만원, 크루즈 디젤 261만원, 2015년형 올란도 디젤 231만원의 할인 혜택을 준다.
한국지엠 영업본부 관계자는 "11월까지는 유로5 모델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파문으로 소비자들의 외면도 감안해야 하기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역시 작년 소형 SUV 붐을 이끌었던 유로5 디젤인 QM3의 재고 정리에 부산하다. 월 2000대 가량 꾸준한 판매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입 물량이 소진되지 않은 만큼 11월 말까지 완판에 주력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그동안 시행하지 않던 임직원 할인 판매까지 나서며 적극 대응중이다.
유럽에선 유로6에 맞춘 QM3가 생산되고 있어, 빠르면 연말부터 유로6 모델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중에서는 폭스바겐이 비상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미국에서 불거진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과 관련해 지난 23일과 24일 잇따라 긴급 딜러사 사장단 회의를 갖고, 대착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폭스바겐 골프(GTD 제외), 티구안, CC, 파사트 등 주력 차종 대부분이 유로5 모델이다. 심지어 올해 1월 새롭게 선보인 투아렉도 유로5 모델이라 판매에 빨간불이 켜졌다.
폭스바겐 딜러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도 독일 본사 CEO가 퇴진하면서 이렇다할 지침이나 입장 전달이 원활치 않기 때문에 고객들의 쇄도하는 문의에 대응할 수가 없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딜러측은 당장 9월은 판매에 큰 영향이 없겠지만 다음달부터 판매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주요 딜러사는 마이스터 모터스, 클라쎄오토, GS 엠비즈, 오토플라츠, 유카로 오토모빌, 지앤비 오토모빌, 지오하우스, 오토반 파크 등 8개 업체다.
그룹계열사인 아우디코리아는 A3, A4, A5, Q5(35 TDI) 등 중·소형 제품군에서 이미 유로6 전환을 마쳤다. 하지만 여전히 유로5 모델 판매가 절반 이상 차지하는 것은 부담이다. 아우디측은 주력 차종인 A6 유로의 경우 평균 1000만원 이상의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아우디는 연말까지 부분변경 신차 출시와 함께 유로6 파워트레인 변경을 실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디젤차도 된서리를 맞을 수 있는 만큼 유로5 모델 역시 판매 위축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며 "사태를 피할 수 없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유로6 차를 기다리기보다는 할인이 많은 유로5 차량을 사는 쪽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