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證 인수가격, 2년전 우리투자증권 대비 최소 1조 높아이사회 통과·치열한 경쟁·초대형 IB 바라는 업계와 당국의지는 걸림돌
  • KDB대우증권 인수전을 두고 유력후보 KB금융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굵직한 금융사 인수전에서 늘 패자에 머물렀고, 특히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패배했던 것이 결정적이다. 당시보다 인수가격이 최소 1조원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용 대비 효용성 측면에서 대우증권 인수가 얼마나 타당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가장 오래전 부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곳이다.


    대우증권은 대형 증권사로는 사실상 업계 내 마지막 대형증권사 매물이라는 점에서 놓칠 수 없다.


    업계는 KB금융의 최근 행보를 두고 2년 전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을 상기시키고 있다. 2년 전 '순간의 선택'의 댓가로 최소 1조원을 더 써야 하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말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패키지 포함) 인수전 당시 KB금융은 NH농협금융지주보다 2000억원 가량 많이 써냈지만 우리아비바생명을 마이너스로 평가함에 따라 패키지 전체 가격에서 밀려 인수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전체 매각가격으로 NH금융이 1조1500억원을 써낸 반면 KB금융이 1조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NH농협금융지주가 패키지 인수에 성공한 이후 우리아비바생명을 700억원 가량에 재매각했다는 점에서 KB금융의 아쉬움은 깊을 수 밖에 없다.


    현재 대우증권의 지분 43%의 장부가는 1조7000억원 수준이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2조3000~2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인수를 노리는 후보들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 3조원까지도 육박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총계는 3조4000억원(2013년 기준) 수준이고, 대우증권이 4조1000억원(현재) 선이라는 점과 지점수에서도 대우증권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 외형적으로는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실패한 후 대우증권 인수를 노리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이같은 장점이 과연 1조원 이상의 가치를 할 것이냐'라는 물음에는 장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지난 2013년 KB금융이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했다면 지금보다 최소 1조원 이상을 아낀 상태에서 이미 지주 내에 업계 1위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KB금융의 2년전 선택은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증권사 인수를 두고 '2년 사이 불어난 플러스 1조원'에 대한 아쉬움과 그에 따른 책임도 따를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을 놓치고 비용을 더 들여 대우증권을 인수한 결과에 대해 경영진과 이사회가 부담을 갖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B금융은 과거 선택을 아쉬워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증권업계에 사실상 마지막으로 나온 대우증권 인수에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수 여력은 충분하지만 KB금융은 많은 변수를 넘어야 한다.


    우선 대항마로 급부상한 미래에셋증권과의 경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너 박현주'의 진두지휘로 인수전을 치룰 수 있다는 점이 KB금융에 비해 큰 강점이다. 여기에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중국 시틱그룹 등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들도 언제든지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일찌감치 후보로 나선 KB금융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아울러 최근 몇 년 동안 KB금융이 M&A시장에서 패배사례가 많았던 결정적 이유가 이사회의 반대였다는 점에서 이번 대우증권 인수전 역시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물론 그동안 보수적 입장을 보였던 KB금융 이사회가 올해 개편됐다는 점은 기대감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또 다른 변수는 초대형 IB(투자은행)이 필요하다는 금융당국의 의중이다. 금융당국은 물론 업계에서도 초대형 증권사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대우증권이 새 주인을 만나 글로벌 증권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대우증권 임직원들은 KB금융이 새 주인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증권 한 관계자는 "거론되고 있는 인수 후보 가운데 KB투자증권의 업무가 상충되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합병 이후 부담 역시 가장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을 통해 NH투자증권으로 거듭난 전례를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현재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로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산업은행과 회사를 압박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KB금융이 새 주인이 되는 것이 노조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 8일 대우증권 매각공고를 냈다. 11월 2일 예비입찰을 마감하고, 12월 본입찰을 실시해 이르면 연내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