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지연으로 주민 피해 커져"개발 계획 기다려보자" 의견도
  • ▲ 현재 한남3구역은 낡은 주택이 질서없이 들어서 있지만, 재개발이 시행되면 한강 조망권이 매우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뉴데일리경제
    ▲ 현재 한남3구역은 낡은 주택이 질서없이 들어서 있지만, 재개발이 시행되면 한강 조망권이 매우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뉴데일리경제


    "조합설립부터만 따져도 3년을 기다린 재개발 사업이다. 11월 발표된다는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에 의해 용적률을 더 떨어뜨리기 위해 사업을 보류한 것으로 짐작된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준다고 하는데 사업 지연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결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한남뉴타운 3구역 조합 관계자)

    "한남뉴타운 지역이 한강이나 남산 경관과 연관돼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은 사업계획이 아니어서 높이 규정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

    15일 오전 10시. 여의도에서 차로 20여분을 달려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인 한남뉴타운 3구역에 도착했다. 길가에 빼곡히 늘어선 부동산 공인중개소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조성되는 재개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남뉴타운 3구역에 있는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006년에는 3.3㎡당 지분가격이 약 70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며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사업이 늦춰져 그떄보단 가격이 내렸지만, 여전히 3.3㎡당 지분가격이 5000만원 이상인 주택이 많다"고 말했다.

    옆에 있는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공시가격은 3.3㎡ 2000만~2500만원 선이지만 시세를 형성하는 지분가격은 두 배 이상 비싸다"며 "3구역 외에 다른 구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남뉴타운은 2003년 뉴타운 지구로 지정되면서부터 남다른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이 지역은 강남과 강북의 중간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한강이 남쪽에 있어 조망권이 강남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한남뉴타운 사업은 12년째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한남뉴타운 다섯 구역 중에서도 3구역은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최고높이 118m, 5757가구 규모로 단지를 조성하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결정안을 받았지만 지난 8월 시에 의해 사업이 보류된 상태다.  
      
    주민 C씨는 "시가 건축심의에서 118m였던 최고높이를 90m로 줄인 데 이어 결국 사업을 중단시켰다"며 "언제까지 재개발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려야 할지 기약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덕 위로 가는 길에 노후 주택과 빈집이 즐비하다"며 "재래식 화장실을 아직 쓰는 집까지 있는데 시가 왜 뜸을 들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한남3구역 언덕에는 서울 도심답지 않게 낡은 주택이 많았다.ⓒ뉴데일리경제
    ▲ 한남3구역 언덕에는 서울 도심답지 않게 낡은 주택이 많았다.ⓒ뉴데일리경제


    한남뉴타운 3구역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 낡은 집들이 계속 눈에 띄었다. 서울 중심에 있는 지역의 주택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노후된 집들도 많았다. 벽에는 곰팡이가 껴 있고, 심지어 버섯까지 자라고 있을 정도였다. 

    언덕 위에 있는 한광교회에서 내려오는 길에도 낡은 주택들이 많았다. 또 불과 200여m 거리에 한남 힐스테이트 단지가 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주민 D씨는 "외부인이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매한 후 비워두다 보니 관리가 안돼 흉가처럼 변한 곳도 있다"며 "서울시가 재개발을 빨리 시행해야 한다. 아니면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대책이라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 ▲ 노후 주택의 벽에는 곰팡이가 피고, 심지어 버섯이 자라기도 했다.ⓒ뉴데일리경제
    ▲ 노후 주택의 벽에는 곰팡이가 피고, 심지어 버섯이 자라기도 했다.ⓒ뉴데일리경제


    그러나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에 대해 서울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주민 E씨는 "조합에서 우려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한강 조망권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 지역인만큼 시의 발표를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F 공인중개소 관계자도 "한남뉴타운 사업은 한강 스카이라인, 남산 녹지축, 용산공원 조성 등 여러 계획과 연계돼 있다"며 "서울의 상징이 될 공간인 만큼 전문 건축가들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성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용산공원 조성 때문에라도 한남동 일대는 서울을 대표하는 부촌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손해가 쌓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기다릴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 한남뉴타운 3구역 인근에 용산공원 부지인 미군기지가 있다.ⓒ뉴데일리경제
    ▲ 한남뉴타운 3구역 인근에 용산공원 부지인 미군기지가 있다.ⓒ뉴데일리경제


    용산공원 공원 부지가 될 미군기지는 한남뉴타운 3구역에서 5~10분 거리에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에 따르면 2017년 이전하는 용산 미군기지 부지 242만6748.5㎡에 2027년까지 공원이 들어선다. 정부는 용산공원을 미국 뉴욕의 중심 맨해튼에 있는 센트럴파크처럼 상징성을 갖춘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F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용산공원 옆에 들어설 한남뉴타운 사업은 빨리 진행하는 것보다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시가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축심의위원회에서 도시 경관, 건축 배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보류했다"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