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20만주 이어 올해 245만주 매수, 역대 최대규모앞으로 1.6%p만 더 사면 금융지주사 재편 가능
  • 삼성증권이 118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키로 했다. 지난해 220만주에 이어 올해도 245만주를 사들이기로 한 것. 주가 안정화와 함께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금융지주사 전환 등으로 가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하락에 따른 안정화와 적정 자기자본 관리, 주주친화 정책 등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내년 1월 22일까지 취득 예정인 245만주는 삼성증권 전체 발행 주식(7643만5165주) 대비 3.2% 수준이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도 삼성증권은 자사주 220만주를 매입한 바 있다. 올해 발표한 자사주 매입규모 역시 현재 삼성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420만9040주)의 절반을 넘는 규모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자사주 매입의 배경으로는 우선, 삼성증권의 주가 흐름이 부진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지난 22일 삼성증권 주가는 1.34% 하락한 4만7850원에 마감했다. 올해 고점(4월28일, 장중 6만7800원) 대비 29.42% 하락한 수치다. 삼성증권 외에도 증권주들의 조정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하락은 진행 중이지만 대형사 중심의 가격 매력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은 주가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후 주가 상승국면에서 유통주식수 감소로 매물 부담을 최소화해 주가를 띄울 수 있게 된다.


    특히 삼성생명의 중간지주사 전환 준비를 위한 작업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은 필수적이란 관측이다. 삼성생명이 중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경우 금융회사 M&A를 통해 삼성은 거대 금융지주사로 재탄생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기반으로 바이오와 금융사업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자사주 매입을 완료하면 총 발행주식은 665만9000여주로 늘어나며 전체 발행주식 대비 자사주 비중은 기존 5.5%에서 8.7%로 상승하게 된다.


    향후 삼성생명의 중간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를 넘기게 되면 금융지주사 전환 후 자회사 지분 30%를 확보해야 하는 규정 충족에도 더욱 가까워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그룹의 지분율이 20%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삼성증권의 자사주 매입 후에는 8.7%가 돼 약 28.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며 "금융지주회사 재배치를 위해서는 내년 중에도 자사주 매입은 한차례 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30일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삼성증권의 최대주주 보유지분율은 19.79%이다. 앞서 언급된 '지분율 30%'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전일 발표한 자사주 매입 외에 2% 가량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여유자금도 넉넉한 편이다. 현재 삼성증권의 3분기 말 자기자본은 3조6000억원으로 예상되며, 약 6000억원의 여유자금이 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목적에 대한 시장 해석은 삼성그룹 소유구조 변화"라며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금융지주회사의 틀로 재배치될 경우에는 지분 30%가 필요할 것이므로 1.6%p를 더 사야 한다는 계산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그룹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삼성증권의 자기주식 매입으로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의 향후 자본정책(배당, 자기주식매입 등) 관심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안 검토 하고 있다는 발표와 삼성물산의 자사주 소각설 등 그룹 전반적으로도 자사주에 대한 관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면 삼성그룹 측은 자사주 취득이나 소각 등은 각 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은 없고, 그룹이 관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자사주 문제는)각 계열사들이 경영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융지주사 재배치와 관련해서도 "시중에서 나오는 얘기는 IB업계 쪽에서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그룹차원에서 기획하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