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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집 마련을 고민 중이라는 경기도 안산에 사는 직장인 차재훈 씨(37). 그는 올해 전셋집을 재계약했다. 매년 오르는 전셋값이 부담스러운 차 씨는 새 아파트 청양을 고려 중이다. 분양가가 계속 오르고 있고, 저금리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아파트 매매도 고려했지만, 투자처로서 가능성을 고려해 새 아파트 청약을 받기로 했다.
#. 인천 송림동에 거주하는 김성희 씨(57)는 최근 주말마다 모델하우스를 찾고 있다. 잘만하면 분양가에 웃돈이 수천만원씩 붙는다는 소리에 청약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그는 올해 동탄2, 광교, 평택 등 인기 지역에 청약을 해 봤지만, 모두 순위에 들지 못했다. 김 씨는 청약이 되면 분양권을 팔던가 입주 시점에 전세를 주는 방식으로 부동산 투자를 노리고 있다.
#.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이창민 씨(45)는 새 아파트가 아닌 재건축이 가까워진 노후 아파트를 찾고 있다. 새 아파트가 살기는 편하겠지만, 요즘처럼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는 재건축같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곳이 낫다고 판단해서다. 이 씨는 내년에도 저금리에 대출이 가능한 올 안에 주택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주택시장에 호황이 이어지면서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들조차 시세차익을 기대하며 무리하게 집을 사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1분기 928만원에서 2분기 963만원, 3분기 999만원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고가 아파트 분양이 이어진 이달은 2주차 기준 1531만원을 기록했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3057만원에 분양됐고 대우건설의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무려 4040만원에 공급됐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두 단지 모두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며 우수한 청약 성적을 거뒀다.
전국 주택매매가격도 평균 2억4403만2000원으로 연초(2억3165만8000원)보다 1000만원 이상 올랐다.
주택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지난해 초만 해도 거래가 없어 굶어 죽을 판이라던 개업공인중개업소는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바빠졌다. 분양권 거래 문의는 물론 매매도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 가을 분양이 절정에 이른 지난 주말에는 전국 22개 모델하우스가 오픈, 40만명이 넘는 이들이 현장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도 있었지만,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임대를 놓는 식으로 투자처를 찾아온 이들도 많았다. -
이처럼 주택시장에 '사자'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들이 시세차익을 기대하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떨어졌던 집값이 회복을 넘어 이득을 남길 수 있을 만큼 상승했고, 층·동도 결정되지 않은 일명 '물딱지'에 수백만원의 웃돈이 붙은 결과다. 위례신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 분양 단지의 경우 입주도 안 한 아파트에 억대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부동산 '대박'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 붐까지 돌아오면서 노후 아파트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하우스푸어'란 말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오히려 힘든 시기를 버텨낸 이들이 돈을 벌면서 역시 집을 사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우스 푸어는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을 뜻한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주택가격이 오를 때 과도한 빚을 통해 집을 샀다가 집값이 폭락하면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우스 푸어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정도의 사회문제였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주택가격이 고점을 회복하고 있는 만큼 가격하락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새 아파트 공급이 홍수를 이루면서 이들 단지의 입주 시점이 몰린 2018년이 걱정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주가 다가올수록 자금부담이 커진 계약자들이 제시기에 입주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적체 역시 시장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