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보관액, 935억달러 기록 … 전년 말比 16.59%↓SOXL, 최근 한 달 순매수 1위 … 레버리지 상품 대거 투자“무역 전쟁 불확실성 완화 국면 …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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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중간 무역 갈등 격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지수·주가를 n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종목들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935억달러(한화 약 113조원)로 지난해 말(1121억달러·약 160조원)보다 16.59% 감소했다. 지난 3월 말(965억달러·약 138조원) 대비로도 3.11% 쪼그라들었다.

    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가별 고율의 상호관세를 발효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90일간 유예 조치를 내리면서 뉴욕증시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변동성 장세를 펼친 영향이다.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 중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이달 들어 상호관세 발효 직전인 8일까지 10.37% 내렸으며 나스닥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각각 11.74%, 11.21% 하락했다. 이후 이들 지수는 관세 유예 조치를 발표한 9일부터 11일까지 6.82%, 9.54%, 7.64%씩 급등했다.

    이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오히려 고위험 상품들에 투자하는 ‘간 큰 베팅’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한 달(3월 12~4월 11일) 동안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OXL(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로 10억달러(약 1조424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종목은 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한다.

    또한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TSLL(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4억4995만달러), 엔비디아 주가 상승률을 2배로 따르는 NVDL(GRANITESHARES 2.0X LONG NVDA DAILY ETF·2585만달러), 코인베이스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인 ‘GRNTSHR 2X ETF(2045만달러)’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 기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0.94% 폭락했고 코인베이스와 엔비디아도 각각 8.47%, 4.16% 하락해 지수·주가를 배로 추종하는 종목들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대규모 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의 경우 1.7% 상승했다.

    이 밖에 서학개미들은 ▲테슬라(9억7779만달러) ▲TQQQ(PROSHARES ULTRAPRO QQQ ETF·4억9639만달러)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2억3157만달러) ▲엔비디아(1억9275만달러)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1억4119만달러) 등도 대거 사들였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발(發) 무역 전쟁 불확실성이 정점을 찍고 단기적인 완화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주부터는 본격적인 1분기 어닝시즌에 돌입하는 만큼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백악관은 지난 10일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25%로 확정하고 기존 부과된 펜타닐 관세 20%를 더해 총 145%의 합계 관세율을 부과했지만, 트럼프는 이후 추가적인 인상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며 중국도 11일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125%로 높이면서도 더 이상의 관세 상향은 무의미하다며 향후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완화 시그널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는 스마트폰, 노트북, 모니터, 테블릿, 반도체 등에 대해 향후 품목별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중국의 높은 관세보다는 낮을 전망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느끼는 충격을 줄이고 미국 IT 기업들을 보호하는 한편, 중국에 유화적인 스탠스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며 “해당 소식에 IT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이며 향후 미국의 정책과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최근 트럼프와 연준 위원들의 빠른 움직임은 적절한 작전 타임”이라고 부연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내에서는 관세로 인한 수요의 불확실성으로 이익 전망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으며 1분기 실적시즌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실물 경기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골드만삭스, 반도체 업황 전반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TSMC, ASML 실적 등을 통해 이익 추정의 신뢰성을 복구해 나갈지도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다시 높아질 수 있어 과도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관세 리스크 관련 불확실성은 지난주가 피크였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 주는 지난주보다는 나은 분위기가 전개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관세 노이즈는 아예 사라졌다기보단 트럼프의 변덕에 따라 언제든 다시 변동성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낮지 않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