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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대우조선'에 또 다시 4조2000억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지원된다.
정부와 채권단은 29일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개별기업 지원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4조2000억원대의 지원책을 확정했다. 유상증자와 신규대출 등의 패키지 지원이다.
대우조선 지분 31.46%를 가진 최대 주주 산업은행과 8조원대의 최대 여신을 보유한 수출입은행이 총대를 멨다. 산은은 "내년 상반기 중 최대 부족자금 예상치(4조2000억)를 고려해 유동성 지원 규모를 충분히 상정했다"며 "부족자금을 줄이기 위해 강력한 내부 구조조정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동성 지원과 연계한 유상증자, 출자전환 등의 방식을 동원해 자본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산은과 수은은 무역보험공사와 함께 대우조선에 신규 발급하는 선수금환급보증(RG)의 90%도 각각 같은 비율로 맡기로 했다. RG는 신규 선박수주를 돕기 위해 선박건조 지연 또는 조선업체 파산시 선주의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선수금환급보증이다.
산은과 수은 두 은행은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방안의 지원책을 최종 결정했다.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국책은행들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세금 지원이다. 참여를 꺼리는 시중은행들은 기존 익스포져를 유지하는 대신 대출 만기 등을 연장해 주기로 했다.
상반기 3조2000억원의 손실을 낸 대우조선은 실사결과 하반기에도 최대 3조의 잠재적 추가 손실이 전망됐다.
해양플랜트의 추가적인 공정 지연과 원가 증가, 지난 8월 해지된 7000억원 규모의 드릴십 계약 취소 등이 주요인이었다.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와 조선업과 무관한 타업종 진출(풍력 드윈드, 해운 자회사 등) 실패로 향후 처리 과정에서 1조원 수준의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손실 발생으로 상반기 말 770%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4000%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된다. 대우조선은 회사채 약정사항으로 부채비율을 500% 또는 800%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긴급 자금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칫 회사채 투자자들이 기한이익상실를 선언하고 원금상황을 요구할 경우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부실비율이 1000%를 넘으면 선수금환급보증(RG) 등도 받을 수 없게 된다. -
산은은 이번 유동성 지원을 통해 부채비율 500% 유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은 유동성이 말랐고 헤비테일 방식으로 수주한 물량이 많아 유상증자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만으로는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가 어렵다.
경영 정상화 계획이 확정되면서 미뤄졌던 수익성 개선을 위한 1조8500억 규모의 자구안도 속도를 낸다. 지난달 중단된 희망퇴직 신청이 시작되고 본사 사옥을 비롯한 골프장과 연수원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서두른다.
앞서 정부·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사측의 강력한 자구계획과 노조의 동의서 제출을 요구했다.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는 채권단의 압박에 대우조선 노조 측이 지난 27일 동의서를 제출함으로써 대규모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물꼬를 텄다.
산업은행은 내주 초 대우조선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자금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으로는 민영화가 추진된다.
산업은행은 수익·인력 구조를 재편하고 유동성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잠재적 투자자를 물색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민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영화 전까지는 산은, 수은, KEB하나은행, 농협으로 구성된 합동 경영관리단이 경영정상화 이행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산은은 미래의 손실 요인을 올해 반영하면 대우조선이 내년부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