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소득세 면제 예탁금 과세특례 연말 일몰 '직격탄'
  • ▲ 국내 금융기관 최대규모인 여수신 500조 비전을 선포한 농협중앙회 산하 농협상호금융ⓒ
    ▲ 국내 금융기관 최대규모인 여수신 500조 비전을 선포한 농협중앙회 산하 농협상호금융ⓒ

     

    '예수금 256조, 대출금 176조, 1115개 조합, 고객 1700만명, 영업점 4599개'

    제2 금융권이지만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농협상호금융의 현주소다. 6월말 기준 국민은행의 예수금이 208조 정도임을 감안하면 어마무시한 덩치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농협상호금융이 얼마전 야심찬 비전을 선포했다. 창립 50주년인 2019년까지 수신 300조 여신 200조 등 사업규모 500조와 연체비율 0%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사업규모만도 432조에 달하는데다 5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4년 뒤 국내 금융기관 최대인 500조에 도전한다는 목표는 딱히 무리라고 하기 어렵다.

    수장인 허식 농협상호금융 대표의 전력도 미더움을 더했다. 농협 수석부행장 출신으로 올 1월 단박에 모회사인 중앙회 등기임원이 된 허 대표는 전략과 재무 분야의 뛰어난 능력으로 신망을 얻어왔다.

  • ▲ 허식 농협상호금융 대표ⓒ뉴데일리 DB
    ▲ 허식 농협상호금융 대표ⓒ뉴데일리 DB

     

    하지만 자산 500조 비전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당장 비과세 예탁금 일몰기한이 연말에 도래한다. 그동안 시중은행은 만기도래시 이자소득세 15.4%를 냈지만 농협과 수협 등 5군데 상호금융은 최대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가 면제돼 왔다. 1976년 제도가 도입됐으니 근 40여년간 비교우위를 누려온 셈이다.

    문제는 혜택이 사라지면 예탁금이 무더기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5군데 상호금융의 전체 예탁금 426조 중 33% 가량인 139조가 비과세 예탁금이고 이 중 29.6%가 이탈할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상호금융은 볼륨이 가장 큰 만큼 충격도 가장 클 전망이다. 국회 농해수위 윤명희 의원은 "조합 비과세 예탁금이 폐지될 경우 관련 지역 농·축협의 예금 가운데 18조 9488억원이 이탈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지적했다.

  • ▲ 4년뒤 500조 달성이라는 창대한 목표를 내 건 농협상호금융ⓒ뉴데일리 DB
    ▲ 4년뒤 500조 달성이라는 창대한 목표를 내 건 농협상호금융ⓒ뉴데일리 DB


    농협상호금융의 손발인 일선 조합의 당기 손익도 35% 이상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 농해수위는 기준 농협 1115개 조합의 평균 당기 손익이 10억6900만원 중 35%인 3억6900만원의 이익이 줄 것이라고 했다.조합의 존립기반이 위태로워 질 수 있고 신용사업 수익으로 시행하는 각종 농어민 지원사업의 차질도 불가피하다.

    조합의 종자 돈인 출자금 과세도 상호금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조합원들의 출자금 1000만원까지는 배당소득 등에 대해 과세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예탁금과 마찬가지로 5% 세율(2016년부터 9%)로 세금이 매겨진다.

    일선 단위농협이 자본금을 모으는 가장 기본 방법이 출자금이었다. 과세가 되면 농가들이 출자를 꺼리게 되고 조합의 자기자본금 확충이 어려워질 것은 자명하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농축협들은 3000만원 이하 예탁금 이자소득세 비과세로 1522억, 조합원 출자배당 및 배당소득 비과세로 724억 등 2246억원의 혜택을 받아왔다. 그래서 농가의 출자요인이 사라지는 마당에 연간 10조 이상 예수금을 늘린다는 계획은 아무래도 버거워 보인다.

     

  • ▲ 4년뒤 500조 달성이라는 창대한 목표를 내 건 농협상호금융ⓒ뉴데일리 DB


    사정이 이런데도 농협상호금융의 스탠스는 '두루뭉술'이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비과세 연장 요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1976년 신설된 과세특례는 농·어민, 서민 등의 재산형성 지원이 본래의 정책목표였지만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농어민(조합원) 이외에도 사실상 가입제한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고소득층의 절세상품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농협 등은 준조합원 제도를 운영해 일반인들도 마구 끌어들였다.

    이런 원죄가 있다보니 늘 전면에 나서기 보다 뒷선에서 정치권 부추김을 해온게 다였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일몰제로 바뀐 1995년부터 3년 시한이 종료될 때 마다 한바탕씩 홍역을 치렀지만 변변한 대안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자산 500조의 창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장 예탁금 비과세 일몰 연장부터 해결해야 한다. 500조 비전을 신기루에 그치지 않게 할 농협상호금융 복안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