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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실적부진에 빠졌던 한진중공업(대표 안진규)이 2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대형 조선사 대부분이 해양플랜트 부실로 조(兆)단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한진의 상승세가 더욱 주목된다.
업계는 한진중공업의 앞선 희망퇴직, 저가수주 지양 등 선제적 구조조정이 빚어낸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돈독한 노사관계 역시 경영정상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의 올해 1월부터 9월 까지의 누적 매출액은 2조3691억원, 영업적자는 6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31% 올랐고, 영업손실 폭은 약 94% 개선됐다.
이 회사는 지난 3분기에만 565억원의 영업익을 냈는데, 오는 4분기에도 흑자기조를 유지하며 연간 흑자전환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13년부터 2년 연속 적자 늪에 빠져있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진중공업의 재무구조개선 과정 이후 첫 흑자 기록은 의미가 있다"며 "수빅조선소와 건설부문의 수주 호조, 영도조선소의 실적 안정화 등으로 2분기 연속 영업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직접 견인하고 있는 것은 필리핀 수빅조선소다. 수빅조선소는 가동 8년이 지난 시점에서 국내 대형조선사들 못지 않은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규모인 2만6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3척을 수주한 데 이어, 6월 말들어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위 조선소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아직 생산성이 국내 대형조선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인당 월 30만원 수준의 저렴한 인건비가 이를 상쇄해 주고 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때를 보냈던 부산 영도조선소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영도조선소는 2008년부터 2013년 7월까지 일부 방산부문 특수선을 제외하고는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직 정리해고 등 인력조정이 진행됐는데, 이에 반발한 노조가 300여일 간의 타워크레인 농성을 펼치는 등 극심한 노사갈등도 겪어야 했다.
회사가 문 닫기 직전 상황에 놓이자 위기의식을 공감한 한진중공업 노사는 2011년부터는 불필요한 소모전을 중단하고 경영정상화에 손을 맞잡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9월 있었던 조선업종 노조연대 공동파업에도 불참했다. 회사정상화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영도조선소의 가동률(상선부문)은 지난 2013년 0%에서 지난해 11.7%, 올 상반기에는 73.4%까지 올랐다.
지난 6월에는 노사가 한 데 모여 500인분의 비빔밤을 함께 비비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휴업자 전원 복귀를 축하하고, 경영정상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어려운 회사 사정을 감안해 직원 750여명 중 300명이 번갈아가면서 순환 유급 휴직을 실시해왔다. 경영난을 겪던 회사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직원들의 순환 유급 휴직을 실시했었다.
지난 2008년부터 2013년은 해양플랜트 및 저가수주가 성행했던 시기인데, 당시 수주가 중단됐던 것이 현재 영도조선소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최근 대형 적자를 기록하고, 이제서야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한진중공업은 선제적 인력조정 및 자산매각 등을 실시해왔다"면서 "저가 수주를 피해왔고, 해양플랜트에 뛰어들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업계 분위기와 달리 앞으로도 흑자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