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절반 넘게 폐업, 일자리 2천개 사라져"정부조달컴퓨터협회 "공공조달시장 비중 '0.03%' 뿐, 중기 성장 발판 양보해야"
  • ▲ 삼보컴퓨터가 올 초 선보인 일체형PC 'AL301'.
    ▲ 삼보컴퓨터가 올 초 선보인 일체형PC 'AL301'.


    '24만대 중 8000대, 비율로 따지면 0.03%.'


    전체 데스크톱PC 시장에서 공공조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하지만 작다고 얕볼 일이 아니다. 공공조달 시장 사업권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벌이는 치열한 신경전을 보면 더욱 그렇다.

    16일 정부조달컴퓨터협회에 따르면 데스크톱과 일체형PC에 대한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이 3년차를 맞은 가운데 다음달  말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대기업들은 안정적 연구개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선 공공조달 시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을  펼치려면 비교적 수월하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버팀목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중소기업들도 이 시장을 대기업에게 내주게 되면 제조사 중 절반이 넘는 업체가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쟁구도에서 공공시장과 같은 따뜻한 아랫목을 기반으로 힘을 키워 글로벌 PC 제조사들과 맞서겠다는 대기업의 주장을 무조건 나무랄 순 없다. 그러나 0.03%에 불과한 공공조달 시장이 얼마나 힘이 될지는 미지수다.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내 전체 일체형PC 시장 규모는 연간 24만대 수준이다. 이 가운데 공공조달 시장에 풀린 PC 숫자는 8000대 정도다. 나머지 23만대는 일반 소비자용 PC다.

    소비자용 PC시장은 인텔과 같은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이 93%에 달하는 비율로 잠식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공공조달 시장에 목을 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중소기업들은 지난 2012년 경쟁제품 제도 도입 이후부터 하나둘씩 일체형PC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조달청 등록 PC업체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35개사로 3년 전 14곳보다 갑절 이상 늘었다.

    이들 업체들은 재지정이 물 건너갈 경우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밝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 기간 동안 늘어난 일자리 2000개도 없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부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청에 일체형PC에 대한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기관들은 대기업들의 요구에 곧바로 화답했다. 당시 대기업들이 낸 건의서를 그대로 읊조리는 듯한 내용의 의견서를 중소기업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중소 PC업체들은 이 같은 정부와 대기업의 공세에 자칫 밥그릇을 잃게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부조달컴퓨터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8000대 시장이 사라질 경우 수두룩하게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대기업은 생존을 건 중소기업과 맞설 게 아니라 덩치에 걸맞게 인텔과 같은 글로벌 업체와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달청의 나라장터 시스템이 지난 3년간 중소기업 물품을 구매한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계약 이행 능력 평가'를 실시한 결과 모든 부문에서 최우수 점수가 나왔다"면서 중소기업들도 기술력 만큼은 대기업 못지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