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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신흥국은 부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상당히 성숙돼 있다. 그렇게 멀지 않은 시기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대내외 경제환경과 우리경제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자산운영사가 운영하는 자금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엔 30조달러 정도였지만 지금은 80조 달러에 달한다"며 "이중 10대 자산운영사의 운영자금이 20조달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자산운영사들은 저금리 하에서 고위험·고수익을 찾아 신흥국의 회사채까지 비싼 가격에 샀다"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이들은 돈을 뺄 것이다. 그러면 신흥국은 금융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자산 운영사들이 1%만 빼도 2000억달러나 된다"며 "신흥국은 현재 금융 부문에선 지나치게 위험한 수준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총재들은 1년반 전부터 금융 불균형이 불러올 금융위기에 대한 경고음을 계속해 울리고 있다"며 "언제라고 시기를 말할 순 없지만 (신흥국 금융위기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제 둔화가 맞물리면 국제금융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며 "신흥국과 우리 기업들이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해선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 등을 근거로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했지만 현재로선 12월 인상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지만 금리를 인상하려는 것은 지나친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금리 부문에서의 위험추구 행위가 과도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긴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초완화가 완화되는 것으로 정상화로 가는 단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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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경제성장의 주체는 기업이고, 기업 성장의 핵심은 혁신"이라며 "혁신이란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목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으로, 혁신을 거듭하는 시장의 리더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앞으로는 100세시대다. 60세 시대에 맞춰진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으론 창조적인 정신을 실현할 수 없다"며 "앞으로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라고 해야 한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찬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이순형 세아제강 대표이사, 김혁수 한국야쿠르트 사장, 박영안 태영상선 태표이사, 김진서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 배재훈 범한판토스 사장, 홍봉성 라이나새명 대표이사,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 기업인 4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