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학과 전진만-침구과 이재동 교수 김장 맞이 건강수칙 발표
  • 한 해 밥상을 책임질 김장을 위해 찬바람이 불 때면 집집마다 온 가족이 모인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정성스레 배추를 씻어 절인 후 김치소에 들어갈 재료를 다듬고, 양념을 절인배추에 무쳐 통에 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주부들의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온다. 김장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한 자세로 쪼그려 앉거나, 무거운 김치통을 여러 번 드는 것은 관절과 척추에 큰 무리를 주므로 주의해야 한다.

     

    어깨, 무릎, 목, 허리 통증 유발하는 '김장 자세'

    무릎을 굽히고 바닥에 쪼그려 앉는 자세는 서 있을 때보다 2.5배의 무게가 무릎 관절에 더 가해진다. 반복적으로 앉았다 일어나는 자세는 무릎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평소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거나 폐경 이후 뼈가 약해진 중년 여성들은 김장 시 무릎 건강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허리를 숙인 채 무거운 물건을 들면 디스크 증상이나 허리 근육통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김치통이나 절인 배추를 담은 무거운 대야를 들고 허리를 구부린 채 좌우로 회전하는 자세는 허리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똑바로 서 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무게를 1이라고 하면, 허리를 숙이고 무거운 짐을 들면 2.2배에 해당하는 무게가 디스크에 가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는 자세는 목 관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 목에는 머리 무게의 3배가 가해져 목디스크의 위험이 높아진다.

     

    추운 날씨에 김장한다면 야외보다 '실내'에서

    최대한 몸에 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추운 야외보다 따뜻한 실내에서 김장을 하는 것이 좋다. 근골결계 통증은 추운 날씨에 악화되며, 기온이 낮은 상태에서 움직이면 부상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추위에 대항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교감신경계의 작용으로 피부로 가는 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게 되고, 몸의 열 발산을 막기 위해 자동적으로 근육과 인대를 수축시키면서 관절주의 근육이 뭉치게 된다. 또한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고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관절액도 기온이 내려갈수록 굳어지게 된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는 "추운 날씨에는 관절의 기능이 저하돼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관절이 손상될 수 있는 만큼 야외에서 김장할 경우 주의해야 한다"며 "기온이 내려가면 관절 주위의 혈액순환이 저하되고 근육은 굳어져 관절의 통증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무릎, 허리, 목은 쭉 펴고 스트레칭은 '필수'

    근육과 관절의 무리를 최대한 줄이면서 김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쪼그려 앉기보다 보조의자나 식탁의자에 앉아서 김장을 하는 것이 좋다. 둘째, 낮은 수도꼭지를 쓰면서 허리를 굽히기보다 고무호스를 이용해 허리를 펴고 자세를 자주 바꾸는 것이 좋다. 셋째, 무거운 김치통은 절대 혼자 무리해서 들지 않도록 한다. 무거운 것을 들어야 한다면 허리를 굽혀 들지 말고, 먼저 무릎을 굽힌 채로 짐을 몸 가까이 당겨서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또한 김장 전후 스트레칭 및 찜질을 하면 근육통과 관절통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불편한 상태로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좋지 않으므로 틈틈이 일어나서 허리와 목을 펴는 스트레칭을 실시한다.

     

    경희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전진만 교수는 "가장 좋은 자세는 일명 '헌병 차렷 자세'이다. 턱을 최대한 목 쪽으로 당기고 배를 약간 내밀면 우리 몸의 척추가 S자로 정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다"고 덧붙였다.

     

    김장 후에는 찜질이나 마사지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해서 우리 몸의 근육이 뻣뻣해진 상태인데, 찜질을 하면 혈관이 확장돼 혈류가 늘어나고 정신적으로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통증신호보다 뜨거운 자극이 뇌로 먼저 가면서 통증을 적게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