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타당성→타당성 조사' 10개월 새 5천억 증가… 5년 뒤 오히려 1천억 감소스마트 하이웨이 구축비 129억원 총사업비서 제외… 국토부 주먹구구 산정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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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비를 엉터리로 추산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토부는 2009년 산정한 공사비를 그동안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환산했다지만, 거꾸로 총사업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스마트 하이웨이로 구축한다면서 120억원 이상 투입될 사업비는 총사업비에서 제외했다.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게 이유다.
20일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세종 고속도로 총사업비는 6조7000억원 규모다.
김일평 국토부 도로국장은 18일 이뤄진 사전 브리핑에서 "용지비(토지보상비)는 1조4000억원, 공사비는 5조3000억원"이라며 "재정은 토지보상에만 쓰이고 나머지는 민자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가 밝힌 사업비가 2009년 타당성 조사에서 밝힌 금액과 큰 차이가 없어 사업비 산정이 주먹구구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계획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3년 9월께다. 경기도가 경부고속도로 중부권 교통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교통량 분산을 위한 도로 건설계획을 내놓아 제2경부고속도로 불렸다. 당시 제시된 사업구간은 수도권 외곽순환도로 하남나들목∼용인∼경부고속도로 오산나들목 53㎞였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제2경부고속도로를 연장해 경기 구리시에서 세종 장군면까지 128.8㎞를 왕복 6차로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때 추산한 총사업비가 6조7037억원이다. 당시로부터 6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국토부가 이번에 발표한 총사업비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김 국장은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2014년 기준으로 사업비를 환산했다"며 "앞으로 실시설계에 들어가면 달라질 순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도로정책과 설명은 다르다. 2009년 총사업비는 공사비 4조9000억원, 용지비 1조3000억원 등 6조2000억원이었고 지난해 기준으로 환산한 총사업비는 공사비 5조3000억원, 용지비 1조4000억원 등 6조7000억원으로 5000억원이 늘었다는 것이다.
도로정책과 관계자는 "그동안 물가가 8%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이를 사업비 재산정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총사업비에 대한 국토부 간부와 실무담당자 간 설명이 다른 것은 2009년에 10개월 차이를 두고 진행한 예비 타당성 조사와 타당성 조사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9년 2월 내놓은 서울~세종 고속도로 간이 예비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보면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1.19, 총사업비는 6조2061억원으로 나와 있다.
같은 해 12월 타당성 조사에서는 B/C가 1.28로 경제성이 더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사업비도 6조7037억원으로 늘었다. 불과 10개월 만에 사업비가 5000억원쯤 증가한 셈이다. 국토부가 5년이나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환산한 사업비가 6조7000억원으로 동결된 것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욱이 문제는 총사업비 규모가 2009년보다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이다.
충청권 한 지방자치단체가 2011년 정부 자료에 근거해 작성한 서울~세종 고속도로 추진 현황에 따르면 B/C 1.28을 기준으로 총사업비는 6조8323억원으로 잡혔다. 이는 도공이 2008년 8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벌인 기본조사를 토대로 산정됐다.
국토부가 총사업비를 주먹구구로 산정했다는 지적은 스마트 하이웨이 구축비가 총사업비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서울~세종 고속도로에 통행료 자동징수 시스템은 물론 차량과 도로, 차량 간 사고정보와 돌발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를 도입해 스마트 하이웨이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차량과 도로 간 통신이 가능한 도로 인프라 구축 등에 ㎞당 1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연장 길이가 129.1㎞임을 고려하면 사업비가 129억원 이상 드는 셈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 예산을 총사업비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비를 재산정하면서 물가상승률은 반영했지만, 스마트 하이웨이 구축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며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충청권 지자체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타당성 조사를 벌인지 한참 지나 그동안 물가상승률과 땅값 상승 등을 참작하면 총사업비가 10조원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며 "국토부가 밝힌 착공 시기는 일러야 내년 말인데 이것만 봐도 2년 치 물가상승률 등은 무시한 채 사업비를 환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비는 예비 타당성 조사-타당성 조사-기본설계-실시설계 등 단계가 바뀔 때마다 심지어는 공사 진행 중에도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달라질 수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 사업비가 증가해도) 용지비 외에는 재정을 투입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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