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으로 몸값 급등… "반도체 애정, 새 돌파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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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회장.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 결정을 내렸다.
SK하이닉스를 통한 반도체 양산 체제를 공고히 다지는 한편 질소 가스 판매라는 새로운 포토폴리오 구축을 위해 OCI 머티리얼즈를 인수한 것이다.
24일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는 OCI가 보유한 OCI 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6억원(주당 9만3000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OCI 머티리얼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등의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특수 가스를 제조·판매하는 전문 기업이다. 모기업인 OCI가 지난 5월부터 매각을 추진해왔다. OCI는 앞으로 태양광 사업에만 집중할 방침이다.
SK가 인수를 결정한 까닭은 OCI 머티리얼즈가 갖은 삼불화질소(NF3)를 얻기 위해서다. NF3로 불리는 이 물질을 업계에선 질소가스라고 부른다.
현재 질소가스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통 수요보다 공급이 10% 가량 많아야 안정적인 수급체제가 조성됐다고 말하는데, 지금은 이 비율이 6%까지 떨어진 상태로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적어도 오는 2018년까지는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질소가스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OCI 머티리얼즈는 세계 질소가스 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점유율이 모두 50%를 넘는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특정 업체에만 기댈 경우 가격 협력상이 떨어지기 때문에 OCI 머티리얼즈 외에도 여러 곳과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라인 가운데 세척공정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필수 공정으로 분류된다. 질소가스는 세척공정 중 반도체 등에 뭍은 불순물을 씯어내는 역할을 한다.
결국 SK는 이번 인수 결정을 통해 일거 양득의 효과를 누릴 기회를 잡았다. 먼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양산 체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굳건하게 지킬 수 있게 됐다. 질소가스를 부족함 없이 직접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소가스 가격 변동에 따른 반도체 원가 변화도 막을 수 있다. 반도체 가격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질소가스 판매권도 손에 쥐게 됐다. OCI 머티리얼즈 측은 질소가스 시장이 해마다 10% 정도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예상치가 적중한다면 빠른 시간 내 인수 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최태원 회장은 이런 시장 상황을 감안해 투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예측된다.
최 회장은 2년 7개월여의 공백을 깨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후 반도체 사업을 가장 먼저 챙겼다. 최근에는 앞으로 10년간 46조원을 반도체 키우기에 쓰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향후 글로벌 기업과의 사업 협력 및 중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 공략 등을 통해 관련 사업을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