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고객, 겨울용 타이어 4개 사면 '달랑 영화티켓 2매' 증정
中, 타이어 2개 구매 고객에 추첨 통해 '아이폰6' 제공
日도 10만엔 상당 JTB여행권... 美·加 최대 80달러 할인
  • 올 겨울 한국타이어가 국내시장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 사은품 제공과 할인 혜택에 있어 인색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매출이 더 많아 국내 소비자를 우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본지 취재팀이 한국타이어(대표이사 서승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한국타이어는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등에서 10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일제히 겨울 판촉 행사(winter promotion)에 들어갔다.

    프로모션 내용은 나라별로 각각 달랐다. 먼저, 한국타이어는 국내에서 이벤트 대상 겨울용 타이어를 4개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영화 이용권 2매 또는 제과점 상품권을 증정한다는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 ▲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겨울 프로모션 포스터(왼쪽)와 중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겨울 프로모션 포스터(오른쪽).ⓒ한국타이어 홈페이지
    ▲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겨울 프로모션 포스터(왼쪽)와 중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겨울 프로모션 포스터(오른쪽).ⓒ한국타이어 홈페이지

     


    ◇ 해외 시장엔 경품 '펑펑'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겨울 프로모션의 내용을 살펴보면, 안방을 홀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중국의 경우 겨울용 타이어 2개 이상 구매 고객에 한해 추첨을 통해 아이폰6와 아이워치, 1000위안(약 18만원) 상당의 경동카드 등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도 10만엔(약 94만3000원) 상당의 JTB여행권(5명)을 비롯해 최신 태블릿PC인 Surface3(5명), JTB나이스 기프트 1만엔(약 9만4000원, 100명) 등의 호화 경품으로 내걸며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최대 80달러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올 12월까지 겨울용 타이어 4개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Winter i*cept evo2(W320/W320A)와 Winter i*cept iZ (W606), i*Pike RW11 (RW11) 제품을 각각 80달러(약 9만2000원), 50달러(약 5만8000원), 40달러(약 4만6000원)을 할인 판매한다.

    캐나다에선 Winter i*cept evo2 (W320/W320A) 80달러(약 9만2000원),  Winter i*cept iZ (W606)을 비롯해 Winter i*Pike RS (W419), i*Pike RW11 (RW11), Winter i*Pike (W409)는 60달러(약 7만원), Winter i*Pike RS-V (PW71)와 Optimo 4S (H730)를 40달러(약 4만6000원)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겨울용 타이어 4개를 구입하면 영화티켓 2매 또는 제과점 상품권을 증정받는 것과 달리,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선 '출혈경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할인 및 사은품 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시행한 겨울 프로모션을 살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올해와 동일하게 최대 80달러의 할인 혜택을 제공했지만, 국내에서는 성에 제거기, 차량용 방향제 등 겨울철 차량 필수용품으로 구성된 '화이트 박스'만 제공할 뿐이었다.

    이 같이 한국타이어가 국내 소비자에게 인색한 이유에 대해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국내에선 브랜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이를 앞세워 별다른 마케팅을 펼치지 않아도 잘 팔린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 ▲ 한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이 '타이어 우대권'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인터넷 커뮤니티
    ▲ 한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이 '타이어 우대권'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인터넷 커뮤니티

     

    ◇ 해외선 '실질적' 혜택에 방긋, 국내선 '실속'없는 혜택에 '울상'

    한국타이어는 국내에서도 영화티켓 또는 제과점 상품권 증정 외에 지인추천 이벤트와 적설량 보증제 같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인추천 이벤트는 겨울용 타이어를 2개 이상 구매한 고객이 주변 지인을 추천해 함께 구매하면 타이어 우대권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인데, 이 마저도 국내 소비자들이 직접 피부에 와닿는 혜택이 아니라는 평가다.

    지인추천 이벤트의 혜택은 타이어 우대권이다. 이는 17인치 초고성능 프리미엄 타이어 구매 시 50%를 할인 받을 수 있으며, 그 외 규격은 30% 할인된 가격이 적용되는 쿠폰이다.

    하지만 타이어 우대권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이번에 발급되는 타이어 우대권의 유효기간은 내년 6월까지다. 만약 해당 기한 내에 타이어 수명이 다하지 않아 교환할 일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될 공산이 크다.

    실제,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상에서 타이어 우대권을 거래한다는 글이 다수 게재돼 있다. 아이디 'area**'는 "아직 타이어 교환할 시기가 되지 않았는데 타이어 우대권 기한이 일주일 남았다"라며 "무료로 나눠 드리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타이어 우대권이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격 할인과 달리 보편적인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타이어 우대권으로 타이어를 구매하면 호갱(호구+고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이디 '***와 한판'은 "타이어 우대권으로 할인을 받아도 인터넷 가격이랑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싸다"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지인추천 이벤트는 한국타이어의 몸집만 불릴뿐 소비자에겐 내실없는 혜택인 셈이다.

    심지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사실상 0%에 가까운 '적설량 보증제'를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관련 기사: 한국타이어 '꼼수마케팅' 눈살…적설량 3cm로 고객 우롱?)

    ◇ 프로모션뿐 아니라 국내 행사도 외면…'한국'타이어엔 '한국'이 없다?

    한국타이어의 국내 시장 외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타이어는 그간 해외 행사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내 행사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 국내외 모터쇼 참가여부만 봐도 그렇다. 한국타이어는 올 4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5서울모터쇼'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모터쇼는 자동차 중심이기 때문에 타이어를 홍보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2015상하이모터쇼'와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2015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는 참석해 부스를 운영했다.

    한국타이어와 달리 외국 타이어 업체는 자국 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쉐린타이어는 프랑스 파리모터쇼에, 굿이어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 브리지스톤타이어는 일본 동경모터쇼에 매번 참가하며 자국의 자동차 업계의 발전과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2009년부터 국내 모터쇼에 모습을 비추지 않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국내 모터스포츠를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모터스포츠 'CJ슈퍼레이스'를 후원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이 대회에 후원하는 금액은 약 2억원이다. 업계 2위 금호타이어이 국내 모터스포츠에 투자하는 금액 약 5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해외 모터스포츠 시장엔 대규모 투자를 아끼고 있지 않다. 한국타이어는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DTM)와 이탈리아 슈퍼스타즈, GT스프린트, FIA 포뮬러3 등 유럽 대표 레이싱 대회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또 독일 VLN 시리즈 대회의 뉘르브르크링 24시 등 권위 있는 대회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해외 모터스포츠에 투자하는 비용이 국내 투자 비용 대비 수십 배에 달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차별이 지속된다면 국내 소비자들은 결국 등을 돌릴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내리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국가별 프로모션 차별 논란에 대해 "국가마다 브랜드 인지도와 타켓팅이 다르기 때문에 프로모션이 똑같을 수는 없다"라며 "이번 프로모션은 국가 단위의 특성과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기획한 것이지 이를 두고 국내 소비자를 차별한다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