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첫 공개변론…치열한 법정 공방 예고
  •  

    쌍용양회 2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KDB산업은행 등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매각협의회)를 상대로 지난 10월 초 제기한 '매각협의회 보유 쌍용양회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지위확인 본안 소송'에 대한 법정 공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태평양시멘트와 매각협의회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선매수권 지위확인 소송의 첫 공개변론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7부의 심리로 2일 열릴 예정이다.

     

    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권 지위확인 소송에 대한 법원 심리가 본격화함에 따라 매각협의회가 추진 중인 쌍용양회 공개 매각 작업도 중대 기로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권 지위확인 소송이 매각협의회가 강행하고 있는 지분 매각을 가로막는 리스크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매수권 지위확인 소송 등 태평양시멘트의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 계속되면 매각협의회의 쌍용양회 지분 매각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 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태평양시멘트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2000년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던 쌍용양회에 두 차례에 걸쳐 총 6650억원(당시 환율 기준)의 투자를 단행해 쌍용양회에 대한 경영권을 보장받아 16년간 경영권을 유지해왔다.

     

    또 2005년 채권단(현 매각협의회)의 출자전환과 동시에 쌍용양회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채권단 보유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받았다. 당시 우선매수권 확보는 채권단이 쌍용양회 '워크아웃 조기 졸업' 발표 직후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태평양시멘트의 쌍용양회에 대한 경영권을 침해하려 했던 행보가 재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태평양시멘트는 매각협의회가 우선매수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쌍용양회 보유 지분에 대한 공개매각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16년 간 보유해온 경영권 등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자사의 권리 보호를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태평양시멘트는 △태평양시멘트가 보유한 우선매수권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 △매각협의회 측에 우선매수권 협상 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는 점 △매각협의회의 일방적인 우선매수권 박탈 선언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KDB 산업은행 등은 올해 태평양시멘트와 우선매수권 협상을 진행해 오던 중 일방적으로 협상을 중단하고 우선매수권 박탈 선언과 동시에 공개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태평양시멘트가 올해 6월 초 KDB산업은행 등에 매각협의회 보유 지분 매수에 대한 최초 가격까지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우선매수권 협상 진행 의사를 표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산업은행이 제시 가격만 확인하고 이후 아무런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우선매수권 무효를 선언하고 공개 매각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매각협의회는 쌍용양회 보유 지분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를 접수 받아 11월 중 입찰적격자를 선정해 예비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권 지위확인 소송에 대한 법정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매각협의회의 지분 매각 작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개 속에 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평양시멘트가 우선매수권 행사를 위해 최초 가격까지 매각협의회에 제시하면서 협상 의사를 밝혀왔지만 산업은행 등이 논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공개 매각으로 선회한 것은 신의성실에 의무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그 동안 태평양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논리를 펴온 매각협의회의 주장에 의문부호를 다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매각협의회의 지분 매각 작업은 최근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기업과 사모펀드가 공개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변수와 리스크 요인들로 인해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아지는 추세다.

     

    업계에선 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권 지위확인 소송과 뒤따를 수 있는 법적 조치를 가장 큰 변수로 보고 있다. 태평양시멘트의 높은 지분률(32.36%)도 인수 참여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또 KDB산업은행 등 매각협의회의 매각 차익 실현보다 쌍용양회의 경영 정상화 측면에서 사모펀드 등의 제3자 매각보다는 16년 간 책임경영을 해온 태평양시멘트 경영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평양시멘트의 투자와 경영 지원 등의 뒷받침을 토대로 안정적인 사업과 경영을 해온 쌍용양회가 제3자에게 매각될 경우 경영간섭과 구조조정, 경영권 마찰 등으로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