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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법의 연내 처리가 불발되면서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법적으로 막을 길이 사라졌다. 대부업체가 금리 규제 공백 사태로 연간 50% 금리를 받아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 빚어지게 됐다.
여야는 일찌감치 올해 말 일몰하는 대부업법을 개정해 현행 대부업상 법정 최고금리를 34.9%에서 27.9%로 내리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에서 '정치논리'에 따른 공방이 계속되면서 이를 처리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 "고금리 막자" 금융당국, 대출업계 인사 긴급소집
마음이 급해진 쪽은 금융당국이다. 양현금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 29일 대부업,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 협회 인사들을 긴급 소집해 "현행 법정 최고금리를 넘는 이자를 받지 않도록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법안 통과가 안될 가능성이 점점 커진 만큼 비상계획을 가동했다. 당장 대부업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땐 금융위와 금감원이 함께 평균 대출 금리가 연간 30%에 이르르는 대부업체를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또 전체 대부업계,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금리 운용 실태를 상시 모니터링해 '고금리'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물론 당장 규제가 사라진다고 해서 대부업체들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지는 못하지만 중소 대부업체은 대출 심사를 간소화하는 대신 금리를 높이는 방식을 취할 수가 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대출 등록업체 40곳 중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모두 법정 최고금리인 34.9%를 적용한 업체가 27곳에 달했다.
◇ 정무위 충돌…野 "일몰법만 처리" 與 "합의한 법안 포함"
금융당국은 입법 공백 사태에 대한 만반의 대비에 들어갔지만 국회는 여전히 정쟁에 빠져있다. 30일 국회 정무위 여야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과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또 다시 충돌했다.
김기식 의원은 "야당이 추가협상을 요구했던 법안과 쟁점 법안은 내년 2월에 처리하고 대부업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일몰시한이 도래한 법, 미쟁점 법안을 연내 처리할 것을 여당에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정부여당이 특정법안 처리를 볼모로 모든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은 내년 총선용 정치적 의도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용태 의원은 "이미 금융위, 공정위 등 80여 개 법안에 대해서는 내용 조율을 다 했다"면서 "야당의 관심법안인 대리점법이 통과된 이후, 야당은 정부여당의 최대 관심법안인 자본시장법과 서민금융진흥원법을 빼고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담고 있는 법으로 금융개혁의 핵심 법안으로 손꼽힌다.
여야는 지난 2일 예산안 처리와 맞물려 대리점법을 처리한 뒤 잠정합의된 법안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이 기존 순환출자구조제도를 해소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협상장에 내놓으면서 논의는 꽉 막혀버렸다.
이와 관련해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야당이 법안 연계를 무리하게 요구해 일몰법이 없어질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대부업법, 기촉법 모두 사라지면 그 부담은 국민이 질 수밖에 없는데 야당은 왜 이런 상황을 방치하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