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비실명 관계 없이 실소유주 공시 의무"금융업계, 차명 주식 확보 한 후 한꺼번에 신고 '꼼수'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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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차명으로 주식으로 보유하면서 공시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금융당국에 뒤늦게 들통났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해 중순쯤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보유 지분이 5%를 넘겼음에도 해당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수 관계자와 합친 특정 회사 지분이 5%를 넘으면 이를 5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 이른바 '5% 룰'이라고 불리는 이 규정을 어길 경우 금융당국은 투자자에게 주의, 경고 등의 제재를 내리거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엘리엇은 당시 꼼수를 부렸다.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총수익스와프(TRS)'라는 파생금융상품을 활용한 것이다.

    TRS는 매매에 따른 손익은 투자자에게 귀속되지만, 거래 주식에 대한 보고 의무는 계약자(증권사)가 부담하는 형태다. 금감원은 엘리엇이 TRS를 통해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이면서, 이 구조를 활용해 의도적으로 공시 의무를 피해갔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엘리엇의 이 같은 작전은 무위로 돌아갈 전망이다.

    5% 룰은 실질주의를 따르고 있다. 명의가 차명 또는 비실명 여부를 따지지 않고 실질 소유주에게 공시 의무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차명으로 주식을 사더라도 5%를 넘었을 때는 신고를 반드시 해야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친구와 협의를 거쳐 친구 돈으로 일단 주식을 사지만 나중에 주식 등락에 따른 손실과 명의 이전 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구조라면 공시 의무 역시 본인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남의 이름으로 주식을 산 뒤 나중에 한꺼번에 주식을 넘겨받더라도, 5%가 넘는 시점에는 본인이 직접 공시를 해야 한다"며 "엘리엇이 작전을 세워놓고 꼼수를 쓴 듯 하지만 결국 꼬리가 밟힌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