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교수 '수신료부담-낮은 디지털 전환-해외 OTT 진입' 설 자리 잃어대규모 '생산-고용' 창출 기대 및 융합 콘텐츠 확대 기반 글로벌 진출 토대 마련 기대

  •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불리기에 나선 가운데, 통신업계와 케이블업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통신업계의 경우 SKT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돼 결과적으로 요금인상 등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합병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케이블 업계 및 학계의 경우 투자 정체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유료방송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다.

    이번 합병으로 디지털 채널 기반 융합 콘텐츠가 확대돼 글로벌 진출 토대가 마련되는 것은 물론, 대규모 생산 및 고용창출이 기대되는 등 외부투자가 절실한 케이블TV 업계를 구하고, 유료방송 산업의 도약을 도모할 수 있는 건강한 투자라는 설명이다.

    27일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에 따르면 기존 케이블 업계의 경우 수신료 부담 및 영업이익 감소, 낮은 디지털 전환율, 넷플릭스 등 해외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방송 시청) 국내 진입으로 인한 코드 커팅(구독 중단) 문제 등 사실상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케이블산업이 사실상 홈쇼핑 송출 수수료에 기대며 '연명'해 나가는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SO사업자를 중심으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다.

    김 교수는 "유로방송산업을 위한 국내자본의 투자가 부족하면 해외자본이나 약탈적 재무투자자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SKT의 이번 인수합병은 건전하고 장기적인 국내자본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케이블TV산업의 도약에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통신사업자의 유료방송사업자 인수합병은 시대의 흐름이자 글로벌 추세로 지난 1996년 미국의 통신법 개정 이후 유럽과 일본 역시 별다른 규제 없이 합병을 승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T 역시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통해 통신과 미디어 융합을 선도해 ICT 산업의 선순환 발전에 기여할 뜻을 밝힌 상태다.

    이형희 SK텔레콤 MNO총괄은 "새롭게 출범하는 합병법인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해, 문화·콘텐츠 산업을 진흥하고, 투자 활성화 및 생태계 발전을 선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의 편익 증대는 물론,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SKT의 인수∙합병은 글로벌 무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통신∙미디어 산업이 가입자 유치 위주의 양적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 중심의 질적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상황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방송과 통신 간 융합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통사들이 잇따라 '인수, 합병은 독점을 심화시키는 행위며, 산업 구조를 황폐화시킨다'며 반기를 들고 나서는 등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또 CJ헬로비전이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KT망 알뜰폰 가입자를 SKT가 흡수하는 등 이용자 편익 훼손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합병으로 SKT가 5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디지털 전환과 UHD 확대 등 케이블 망 고도화는 물론, 쌍방향 지능형 네트워크 구현, 콘텐츠 산업 및 스타트업 지원 등 미래형 인프라 고도화와 미디어 생태계 육성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또 약 7조5000억원의 생산유발은 물론, 4만8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실제 SKT는 합병법인을 통해 모바일 위주였던 N스크린 서비스를 케이블TV 가입자에게도 제공하며, 방송에 스마트홈 IoT 등 통신 서비스를 접목하거나 상업과 융합하는 등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융합 상품∙서비스 본격화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문화-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투자 확대를 통해 MCN(Multi Channel Network) 및 VOD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는 물론, 글로벌 진출 토대를 마련해 '뽀로로'와 같은 성공사례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낸다는 방침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CJ헬로비전 인수 후에도 헬로모바일이 유치한 알뜰폰은 여전히 KT 가입자로, 이통3사의 M/S(시장점유율)에는 변동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알뜰폰 활성화 정책은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한 경쟁 정책이 지속될 것인 만큼 요금상승 등 이용자 편익 감소도 없을 것이라는 게 SKT측의 설명이다.

    케이블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관망하고 있지만, 어려운 케이블TV시장에 자본이 투입되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합병 이나 투자 등을 통해 자금이 돌아야만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상황에서 SKT가 구원에 손길이 뻗친 만큼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