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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본요금 인상으로 서비스 향상을 기대했던 지하철이 잇따른 고장으로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지하철 이용객이 많은 출근·퇴근길 전동차 고장은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반복, 불안감만 커지는 상황이다.
26일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께 서울지하철 4호선 미아역에서 오이도역으로 향하던 코레일 소속 전동차가 고장나 승객 1900여명이 하차하면서 소동이 빚어졌다.
고장 전동차는 곧바로 회송된 뒤 다음 열차가 도착하면서 시간 지연은 크게 발생하지 않았지만 출근 시간대 벌어진 사태에 이용객의 불편만 가중됐다.
앞서 지난 6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성신여대입구역 사이 터널에서 서울메트로 소속 전동차가 고장으로 멈춰서면서 상·하행선 양방향 지하철 운행중단으로 이어졌다.
당시 고장에 대한 안내방송이 없어 승객들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결국 승객이 직접 열차 문을 열고 터널을 걸어 인근역 승강장으로 대피, 이어 2시간가량 열차운행이 중단되면서 퇴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려던 시민들은 버스 등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기 위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작년 11월9일 오후 6시께 퇴근시간 무렵 1호선 석계역에서 전동차가 멈춰서면서 1시간가량 운행에 차질을 빚었고 같은해 5월18일 오전 8시36분께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는 부품 고장으로 전동차 운행 중단돼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의 2011~2015년 사고 건수는 55건으로 집계됐다. 매번 사고가 터져야 대책을 강구하는 땜질식 처방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4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전동차 추돌사고로 승객 240여명이 부상을 입었고 운영사 측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터널 내 전동차 고장 상황에서도 안내방송은 없어 비상시 운영 대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서울지하철 기본요금은 200원 인상됐다. 요금 오르면서 서비스 향상을 기대했지만 잇따른 고장으로 피해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특히 사용연수가 20년 이상인 전동차는 서울메트로 60.6%, 서울도시철도공사 51.6%, 코레일 27.1%로 노후차량에 대한 교체도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전동차가 오래되면 아무래도 고장 확률이 높아진다. 노후 부품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교체하거나 전문적인 검사를 하는 데 전동차 한 대에 하나의 부품이 아니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고치는 것은 기본적으로 투자가되어야 한다. 더 세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데 돈이 들어가니깐 어려운 점이 있다. 요금이 올랐지만 여전히 적자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국 전동차 교체 등 기초 투자가 없는 한 지하철 고장은 출퇴근길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기서 광운대 교수(전 한국철도학회 회장)은 "기초분야 투자로 시민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정부에 바라는 것이다. 좋은 제품으로 바꾸고 운영·유지에 대한 계획을 현실에 맞춰 바꿔야 한다. 25년된 차량은 기술이 적어도 30년 이상 낡은 기술로 달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