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한국경제 2016] 업권별 칸막이 사라지고 '고객 뺏기' 경쟁 돌입
  •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금융권 수익성이 악화될 전망이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성장률 둔화, 국내 기업 부채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예고된 가운데, 금융사들은 살아남기 위한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은행, 업권 '칸막이' 무색…인터넷 전문은행·ISA 등장으로 경쟁 심화  
올해 은행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하락 효과가 소멸되면서 NIM이 상승하고 5% 후반대 대출자산 성장이 예상되지만, 판관비나 대손비용이 증가하면서 은행 순이익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감소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으로 은행권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빅데이터 기반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창출해 10%대 중금리 상품을 내놓고, 은행의 기존 고객을 뺏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를 대비하기 위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인터넷 전문은행 TF와 손잡고 협업할 계획이며,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자체 모바일 전문은행을 출범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부터 10%대 중금리 상품을 출시하는 등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전 고객 방어에 힘을 쏟고 있다.

오는 3월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도 예고돼있다. 하나의 금융 계좌를 통해 예금·적금·펀드 등 금융상품을 운용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ISA는 신탁업을 영위하는 은행, 증권, 보험사 등에서 자유롭게 만들수 있고 금융사간 이전도 가능하다. 

결국 은행들은 앞으로 단순 거래 고객이 아니라 자산관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타 은행 뿐 아니라 증권, 보험사와 경쟁하는 체제에 돌입하게 되는 셈. 은행들은 기존 고객은 지키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자 ISA 대비 체제에 나서고 있다. KEB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ISA 전담 TF를 가동중이며, 우리은행도 신탁부 등 관계부서 TF를 통해 상품 개발과 마케팅 준비 중이다.

                   


  • ◇증권사, 대형사 위주 인수합병으로 지각 변동 '시작'…新성장동력 찾기 '분주'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 증시는 박스권으로 정체되 올해 이익 모멘텀은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주식거래가 큰 폭으로 늘고 파생결합상품, 신탁 등 자산관리수요가 많아지면서 수수료 이익이 증가했지만, 올해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영업환경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말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8조원 규모의 자본력을 발판삼아 해외 IB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대형 증권사에게 유리한 구조로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와 중소 증권사의 격차는 더욱 커지면서 각자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은 금융지주 계열사와 협력해 채널, 상품을 교류하고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그룹계열사들은 시너지 효과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각각 카카오뱅크와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상태다. 금융, 정보통신, 유통 등 다양한 기업들과 연합체제를 구축하고 플랫폼을 활용해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대면 채널을 활용해 일반 금융소비들에게 자산관리와 투자 상담 서비스 제공 다양한 전략을 구상 중이다. 
       

                  


  • ◇보험업계, 규제 완화로 상품·가격 '자율화'로 경쟁 본격화
    금융당국이 엄격했던 보험업 규제를 완화하면서 올해 보험사들은 '격변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규제에 발목이 잡혀 보험사들은 유사한 상품을 내놓는데 그쳤지만, 보험가격 자율화가 시작되면서 타사와 차별성을 갖춘 상품을 통해 고객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메리츠화재는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안과, 이비인후과 수술을 보장하는 특약을 추가한 '이목구비 보험'을 출시했다. NH농협은행은 '농업인 안전재해보험'을 통해 제한없이 농업인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을 선보였다. 롯데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1사 3가격제를 적용한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을 출시하고, 텔레마케팅 상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전격 시행되고, 금융당국이 독립투자자문업자 제도(IFA)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험사의 판매채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온라인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는 보험상품을 온라인에서 한번에 비교할 수 있는 채널이다. 고객이 굳이 보험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상품을 조회할 수 있어 인건비를 줄이고 결과적으로는 보험사의 보험료 인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게다가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가 시행되면 보험법인대리점(GA)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를 통해 GA는 보험사 상품 뿐 아니라 펀드, 연금 등 증권사 상품을 고객에게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 결국 보험사들은 IFA 도입을 앞두고 전속 설계사의 비중을 줄이고 자사형 GA를 신설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어 보험사의 영업 방식과 인력 규모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영업환경 '최악'…핀테크·해외진출로 '돌파구' 모색
    올해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경쟁자 등장으로 수익성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으로 신용카드사 수수료 수익이 연간 약 6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사 수익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금융당국이 수수료를 최대 0.7%포인트 내리겠다고 밝히면서 '비상' 상황에 돌입한 것.

    이를 대비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희망퇴직을 실시해 인력 규모를 줄이고,부가 서비스 축소 및 수익률 저조 카드 발행 중단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게다가 신상품 출시와 관련해서도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드업계 특성상 신규 상품 출시 때마다 헤택을 많이 주는데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대신 카드업계는 핀테크 활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 진출로 난관을 헤쳐나갈 계획이다.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모바일 플랫폼을 늘리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 유통 인프라와 핀테크를 합친 모바일뱅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신한카드는 '모바일 2.0'을 구축하고 앱카드를 통해 고객 기반을 늘리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나카드도 하나금융그룹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KB국민카드는 고객결제정보, 구매패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상품을 개발한다.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서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카드사들도 있다. 우리카드는 우리은행이 해외점포망을 활용해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신사업을 시작할 예정이고, BC카드도 인도네시아 외 새로운 시장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