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한국경제 2016]바오치(保七) 시대 종언… 글로벌 고속성장 동력원 상실유가·소비자물가 내림세에 디플레 현실화… 기업별 맞춤식 생존전략 필수
  • ▲ 부두의 수출 화물.ⓒ연합뉴스
    ▲ 부두의 수출 화물.ⓒ연합뉴스


    꽁꽁 얼어붙은 세계 경제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해운물류업계 등 일각에서 미주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기도 하지만, 고속 성장을 마감한 중국발 경제 위기 속에 증시 폭락, 국제유가 하락, 디플레이션 우려 등이 도미노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한국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악재들과 그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업종별 위기극복 전략은 무엇인지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註]

    중국 경제는 그동안 세계 경제성장의 동력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세계 경기는 연초부터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경고음으로 말미암아 한파에 휩싸였다. 중국의 고속 성장 뒤에 도사리고 있는 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 경제 바오치(保七) 시대 마감… 부채 28조 달러 수준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9일 2015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67조6708억 위안이라고 발표했다. 증가율은 6.9%로 2014년 성장률 7.4%보다 0.5%포인트 낮다. 25년 만에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고속 성장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중국 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0년 3.8% 이후 처음이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2010년 10.4%, 2011년 9.3%, 2012년 7.7%, 2013년 7.7%, 2014년 7.4%로 둔화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GDP 증가율을 산업별로 보면 3차 산업(0.2%P)이 성장률을 견인했지만, 1차 산업(-0.2%P)과 2차 산업(-1.3%P)은 각각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분기별 GDP 증가율도 1분기 7.0%, 2분기 7.0%, 3분기 6.9%, 4분기 6.8%로 내림세다. 특히 4분기 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6.2%) 이후 거의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3조6865억 위안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수출은 14조1357억 위안, 수입은 10조4492억 위안으로 각각 1.8%와 13.2% 줄었다.

    문제는 중국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25% 이상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6.3∼6.8%로 전망한다.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이탈도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이다. 금융불안 촉발의 뇌관이 될 수 있어서다.

  • ▲ 온통 하락세인 중국 증권사 객장.ⓒ연합뉴스
    ▲ 온통 하락세인 중국 증권사 객장.ⓒ연합뉴스


    중국은 새해 첫 주에만 두 번의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이 기간 시가총액이 13.93%나 하락했다. 9872억 달러가 시장에서 증발했다.

    중국증시는 20일 상하이종합지수가 2976.69로 마감하며 반등을 위한 지지선으로 통했던 3000선이 무너진 상태다.

    중국의 부채가 위험 수준이라는 경고음도 들린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4일 중국 정부 부채 규모가 28조 달러(약 3경3796조원)로 불어났다고 보도했다. 2014년 중순 기준으로 중국 GDP의 282%에 달한다. 이는 외국인투자자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중국경제 위기가 과장됐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새로운 소식은 아니며 1·2차 산업 성장률은 부진하지만, 서비스업 성장이 전체 성장을 지지해줄 거라는 의견이다. 서비스 분야는 중국 경제의 51%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가 경착륙을 막기 위해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고 지급준비율 인하 등 추가적인 경기 부양 대책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거라는 전망이다.

    ◇신흥국 자금 이탈 우려… 미 연준 금리 인상 속도가 변수

    중국 경제 관련 악재가 나올 때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을 신흥국의 대표주자로 인식하고 있어 중국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차기 동력으로 지목되는 인도가 중국 경기둔화 여파로 연초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게 대표적이다.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의 센섹스 지수는 연초부터 지난 12일까지 8거래일간 5.5%의 내림세를 보이며 2만4682.03으로 떨어졌다. 5.5% 지수 하락세는 인도의 지난해 한 해 동안 하락 폭 5.6%와 맞먹는 수준이다. 22일 센섹스 지수는 2만4435.66으로 장을 마감했다.

    환율도 불안하다. 22일 현재 인도 루피화 환율은 달러당 67.66루피다.

    전문가들은 인도 증시 급락과 환율 급등의 원인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회수에서 찾는다.

    지난 4일 국제금융센터는 지난해 12월23일 기준으로 2015년 한 해 신흥국 펀드에서 총 992억 달러가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3년간 유출된 자금은 총 1552억 달러에 달한다.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4년간 유입된 투자금이 2657억 달러임을 고려하면 58.4%쯤이나 빠진 셈이다.

    설상가상 미국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신흥국 자금 이탈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 말 9년 만에 처음으로 제로(0) 수준의 연방기금 금리를 0.25∼0.5%로 올렸다.

  • ▲ 전문가들은 신흥국 자금 유출의 변수로 미국의 추가금리 가능성을 꼽는다.ⓒ연합뉴스
    ▲ 전문가들은 신흥국 자금 유출의 변수로 미국의 추가금리 가능성을 꼽는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변수로 꼽고 있다.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신흥국 자금 유출이 가속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유입된 펀드의 60%쯤이 이미 신흥국을 빠져나가 추가 유출 규모가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과 함께 중국발 악재로 세계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 때문에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연방기금(FF) 금리 움직임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 프로그램에 따르면 오는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11.9%에 불과하다.

    ◇유가 폭락도 세계 경제 발목… 산유국 중심 연쇄 국가부도마저 우려

    유가 하락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변수다. 올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2일(현지 시각)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26.72달러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은 32.19달러, 런던 ICE 선물시장 3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32.1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 위기 이후 급락하다 2011년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산유국들의 정세 불안과 공급 차질로 이어지면서 2012년 112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미국에서 촉발된 셰일 혁명과 산유국의 생산량 확대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가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이 원유수출을 재개하면 유가가 1배럴당 5∼15달러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 시추 장면.ⓒ연합뉴스
    ▲ 시추 장면.ⓒ연합뉴스


    문제는 과거와 달리 요즘은 '저유가=경기 개선' 공식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최근 저유가가 올해 경제 성장률을 0.1%포인트쯤 올리는 데 그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경제 회복세에 대한 불안심리로 저유가 영향이 석유 소비 증가보다 저축으로 몰리면서 소비 위축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저유가는 에너지 기업 투자 감소와 감원은 물론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은행도 국제유가 하락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우려했다. 한은은 21일 '국제석유시장 여건과 저유가의 파급영향'을 통해 산유국의 경상수지 악화와 구매력 축소가 세계 교역의 부진과 투자사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 통계자료에 따르면 21일 현재 전 세계 주요 65개국 중 연초 이후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오른 나라는 95%가 넘는 62개국이다. CDS프리미엄은 채권 발행 국가가 부도날 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으로, 국가부도위험을 반영한다. CDS 프리미엄이 오른다는 건 그만큼 국가 부도 확률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209.08bp(1bp=0.01%)를 나타냈다. 6년 반 만에 최고치로, 연초 이후 48.3bp(30%)나 올랐다. 베네수엘라는 6986.47bp로 연초 이후 2011.3bp 급등해 부도 직전 상태라는 분석이다.

  • ▲ 지난해 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0년만에 최저치인 0.7%를 기록했다.ⓒ뉴데일리DB
    ▲ 지난해 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0년만에 최저치인 0.7%를 기록했다.ⓒ뉴데일리DB


    ◇디플레 현실화되나… 소비심리·생산·임금 동반 하락 악순환

    저유가 상태가 장기간 지속하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 씨티은행 등에 따르면 유가 하락 등 세계 경제 악재 속에 지난해 주요 7개국(G7)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32년 대공황 이후 처음이다. 캐나다를 제외한 나머지 6개국은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5년 이래 50년 만에 최저치다. 담뱃값 인상 효과를 빼면 사실상 물가상승률은 '제로' 수준이다.

    디플레가 발생하면 물가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기업의 이윤이 줄고 생산 감소는 근로자 임금 하락, 가계 구매력 저하 등으로 이어져 저성장 악순환이 반복된다.

    부채가 많으면 디플레에 특히 취약하다. 부채 가치는 높아지고 빚 갚기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 동결 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되지 못해 당분간 소비자물가가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당폭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악재들과 부정적인 전망 속에 국내 기업들이 어떤 전략으로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는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