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2兆 육박 용선료 낮추는게 핵심
  • ▲ 현정은 회장ⓒ현대그룹
    ▲ 현정은 회장ⓒ현대그룹

    경영환경 악화로 법정관리설까지 불거졌던 현대상선이 위기극복을 위한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

    일단 그룹차원에서 현정은 회장의 사재출연은 물론 현대증권 재매각 작업이 진행된다. 현대상선 내부적으로는 연간 2조원에 육박하는 높은 용선료를 낮추는 게 급선무다.

    이같은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채무연장, 출자전환 등 채권단 지원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대상선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경영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공개매각과 대주주 사재출연 등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확정, 자체 경영정상화를 추진한다고 2일 공시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지난해 2013년 말에도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 추가 달성하는데 성공했지만 지속된 해운업 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우선 지난해 무산된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3사의 공개 매각을 진행한다. 매각이 성사될 시 현대그룹은 6700억여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한다.

    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직접 출연한다.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글로벌 현대유엔아이 등의 지분을 담보로 신규 대출 받는 방식이 거론된다.

    지난달 29일 현대상선이 보유 중인 현대증권 지분 담보대출과 현대아산 지분 매각으로 이미 700억원이 조달된 만큼, 일단 약 1000억원이 현대상선 측에 긴급수혈되는 셈이다.


    현대상선 내부적으로는 연간 2조원 수준의 용선료를 낮춰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현대상선은 총 125척의 선박을 운영 중인데, 이 중 85척이 외국 선주에게 빌린 배다.

    문제는 지난 2010년 해운업 호황기 시절 고가로 장기 렌트한 선박이 대부분인 점이다. 당시 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의 1일 용선료는 약 5만달러(약 6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8000달러(965만원)까지 하락했다. 이 부분이 현대상선 수익성 저하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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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외에도 현대상선의 벌크전용선사업부와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등의 추가 자산매각도 진행된다. 양쪽 모두 현대상선 내 알짜 사업부서로 분류된다.

    현대상선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 측과 벌크전용선사업부 매각 협의를 진행 중이다. 매각 시 현대상선은 1000억원의 현금 확보와 함께 5000억원의 부채가 탕감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신항만터미널의 경우 싱가포르항만공사(PSA) 측에 경영권을 포함한 구주 50%+1주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정확한 매각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거 현대상선이 50%-1주 매각 당시 약 2500억원을 확보했던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이 외에도 공모·사모사채,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조정도 신속히 진행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그룹과 비협약채권단들간 채무조정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될 경우, 협약채권단의 채무조정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 채권금융기관 외 해외 선박금융, 회사채 등이 얽혀있어 전반적인 회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며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담은 자구안을 가져와야 '협상'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만남은 상견례 정도의 수준이었고, 현대상선에도 이같은 입장을 그대로 전달했다"면서 "채권단에서 요구한 종합적 자구계획안이 가시화 됐을 때 다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사즉생의 각오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마련했다"며 "이번 자구안만으로 유동성 우려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채권은행 등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개별 기준 현대상선의 부채총계는 5조5706억원, 부채비율은 786%다. 정부는 지난해 말 12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롤 조성했지만, 해운업체의 부채비율이 400% 이하일 경우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