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수출 전년 比 18.5%↓, 1분기도 5%↓ 전망...'먹구름'현대차, 현지공장 늘려 수출비중 약 20%까지 줄여 '리스크 관리'현대중공업 등 조선업, 수주시장 호황 기다리며 '경쟁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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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대외환경으로 수출이 휘청거리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일시적인 처방보다는 중장기적인 체질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저유가, 저환율, 저금리 등 현재 글로벌 경제의 위기가 대외적인 변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고급화와 현지화 전략을 통해 내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이 비상등이 켜진 수출을 회복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현지화 전략, 수출지역 다변화 등의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대외변수를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이노베이션,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은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선다.

     

    우선 삼성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사업에서 DDR4/LPDDR4 등 고용량, 고부가 제품의 판매를 확대해 수익기반을 강화하고, 10나노급 제품 개발을 통해 기술 우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TV사업 역시 세계 유일의 친환경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SUHD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소비자가전(CE)과 정보통신·모바일(IM), 부품(DS) 등도 각 부문의 시너지를 창출해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SK그룹은 정유 및 석유제품 분야에서 수출 확대에 고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저유가 상황에서도 지난해 석유제품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수출했다. 중국이 2014년부터 수출 경쟁국이 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고도화설비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늘리고 동남아, 호주, 유럽 등으로 수출지역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중국을 비롯한 저가 제품의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몇 년째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 기준의 절반 가량을 수출하고 있지만, 시장상황이 녹록치 않다. 포스코는 수출 확대를 위해 자동차강판, 트윕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현지 자동차업체, 조선업체, 에너지업체 등 수요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솔루션 마케팅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특성에 따라 업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초대형컨테이너선이나 초대형유조선 등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이러면서 수주 시장이 다시 호황이 될 때를 대비해 원천적인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친환경 선박, 스마트 선박, 해양플랜트의 기자재 국산화 및 설계 표준화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LG전자와 현대차는 현지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는 현지화 전략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LG전자는 LG시그니처, 올레드TV 등 프리미엄 제품과 마케팅 투자를 늘려 수출 확대에 나선다. 특히 주방가전 풀패키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북미 시장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포함한 초프리미엄 빌트인 제품군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수질과 전력 공급이 원할하지 않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은 3중 필터 정수기 냉장고, 인버터 에어컨 등 시장 맞춤형 제품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려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지화 전략에 좀 더 무게를 둘 예정이다. 신흥시장을 확대하고, 각 시장별로 최적화된 신차를 출시하는 현지화 전략이 가장 최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브랜드 알리기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약 496만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186만9000대이다. 내수에서 71만4000대가 팔렸고, 수출로 115만5000대가 판매됐다. 현지공장을 꾸준히 늘린 덕에 수출 비중이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요 감소와 환율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기아차도 지난해 119만8000대를 수출해 글로벌 판매량 가운데 35%의 비중을 기록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와 주요 경제단체, 수출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합동 수출투자 대책회의를 열고,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주력산업인 철강 분야에서는 미국 등 수입규제에 대응하고, 반도체 OLED 등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대이란 자동차 수출을 위한 전대금융 라인도 개설한다.

     

    전대금융은 수출입은행이 외국 은행에 신용공여 한도를 설정하면 외국 은행은 수출입은행에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 받아 한국기업 및 한국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는 현지 기업에 대출해주는 것을 뜻한다.

     

    주형환 장관은 "기존 주력 시장은 물론 신흥 시장에서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분명히 있다"면서 "기업들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지체없이 해결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수출액이 367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5%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8월 이후 6년 5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국내 수출의 13개 주력 품목이 모두 부진했다. 자동차 -21.5%, 석유제품 -35.6%, 석유화학 -18.8%, 철강 -19.9%, 반도체 -13.7%, 조선 -32.3%, 평판디스플레이 -30.8%, 가전제품 -29.2% 등이 감소했다.

     

    수출입은행도 1분기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분기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