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착륙 우려 커져…전세계 금융시장 다시 혼란 우려한국은 역대급 통화량 2240조에도 "돈이 안돈다"
  • 위안화 약세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시중 통화량을 확대 공급했지만 통화유통 속도는 역대 최저치로 하락하며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는 위기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를 키우고 글로벌 디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 환율절하 압력도 커져 신흥국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무역이나 금융 관계로 엮인 인접국에 큰 위협이다. 세계 경제 역시 다른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가 올해 말 달러당 7.5위안까지 빠르게 하락하면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달러당 7.5위안은 지난 5일 시장 마감가인 6.5695위안보다 14% 가량 낮은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함에 따라 전 세계 금융시장은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올해 4분기말 전문가들의 위안/달러 환율 중간 전망치는 달러당 6.76위안이다. 66명의 전문가 중 올해 말 7.5위안을 점친 곳은 라보뱅크가 유일하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올해 3분기와 4분기 말 각각 7.16위안, 7.17위안까지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것을 전망했다. DNB그룹도 4분기 말 7.03위안을 점쳐 상대적으로 위안화가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G는 위안화 가치가 올해 말 달러당 6.8위안까지 떨어지겠지만, 달러당 7.5위안까지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은 35%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달러당 7.5위안은 시장이 펀더멘털을 평가하기도 전에 과잉 반응할 위험이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SG는 위안화 가치가 7.5위안까지 떨어지는 것만으로는 전면적 금융위기가 오지는 않지만 원자재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고 신흥국 통화 가치가 추가 약세를 보여 이것이 대규모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이어지고, 다시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까지 타격을 미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위안화 가치의 급락은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를 촉발시키는 동시에, 원자재 가격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SG는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면 중국 자산에 투자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관련 자산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그중에서도 러시아, 남아프리카, 멕시코, 말레이시아, 한국 등의 통화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호재, 절하는 악재로 각각 작용했다"며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중국이 외환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은 작지만, 기대가 급격히 바뀌면 시장의 쏠림이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경우 한국은 수출과 성장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위안화가 원화에 대해 5% 하락할 경우 국내 총 수출은 약 3% 감소하고, 특히 기계 산업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천 연구원은 "총 수출이 7% 감소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0.4%포인트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며 위안화 절하로 원화도 절하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위안화가 더 빨리 떨어지면 격차가 확대돼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위기와 맞물려 한국의 내부 상황도 좋지 않다. 시중 통화량을 확대 공급했지만 통화유통 속도는 역대 최저치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통화유통 속도는 지난해 3분기 0.71로 전분기 0.72보다 0.01포인트가량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시중통화량(M2)로 나눈 지표인 통화유통 속도는 한 나라의 경제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통화가 평균 몇 번 사용되는지 보여준다.


    통화유통 속도는 1990년 1.51에 달했지만 점차 하락해 1998년 0.88까지 떨어졌다. 2009~2013년 0.76~0.78 수준에서 움직였던 통화유통 속도는 2014년 2분기 0.74로, 같은해 4분기 0.72, 지난해 1분기에는 0.73로 소폭 반등했지만 2분기 0.72로 하락했다.


    중앙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가 시중 금융회사에 몇배의 통화를 창줄해주는 지표인 통화 승수도 역대 최저다.


    매달 시중 통화량이 사상 최대 기록을 기록하고 있지만 통화유통 속도가 최저 수준인 것은 시중에 돈이 돌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부진한 경기회복세를 뒷받침하고자 한은은 2014년 8월·10월, 지난해 3월·6월 등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포인트 내려 시중 유동성을 확대했다.


    기준금리 1.0%포인트 인하로 민간신용이 201조원 늘어난 것으로 한은은 추산했다. 민간신용 증가규모는 2001년 2월부터 진행된 5번의 기분금리 인하 시기 중 가장 크다.


    반면 돈이 돌지 않아 기준금리를 연 1.5% 수준까지 떨어뜨린 완화적 통화정책이 소득 증가, 소비 회복, 투자 증대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소비·투자활성화 대책으로 유효수요 자체를 늘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