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천호1구역 사업시행자 참여 협의 중집창촌 관계자 "적정한 보상 있어야"
  • ▲ 천호1구역은 전통시장과 집창촌 등 낡은 상가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 사진은 천호1구역에 있는 동서울시장 모습.ⓒ뉴데일리경제
    ▲ 천호1구역은 전통시장과 집창촌 등 낡은 상가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 사진은 천호1구역에 있는 동서울시장 모습.ⓒ뉴데일리경제


    현대건설 등 13개 건설사가 서울 강동구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달려들었다. 단순도급 사업으로 컨소시엄도 가능해 건설사들의 다양한 수주전략이 펼쳐질 전망이다.    

    3일 뉴데일리경제는 건설사들의 이목이 집중된 천호1구역을 찾았다. 도시환경정비사업장인 천호동 423-200번지는 천호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있었다.

    조합 사무실은 천호동 419-3번지 3층에 마련돼 있었다.

    조합에 따르면 현장설명회(현설)에는 △대림산업 △두산건설 △보미종합건설 △SK건설 △우미건설 △GS건설 △KCC건설 △한양 △한화건설 △호반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참여했다. 

    이정훈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팀장은 "단순도급제인 데다 컨소시엄을 허용했기에 많은 회사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도급 순위가 높은 기업 위주로 현설이 진행됐다"며 "현재 시점에서 수주에 적극적인 건설사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 간 수주전이 과열될 수 있지만 서울시 공공관리지침 등에 의해 규제할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조합 사무실을 찾아오는 것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사예정가격과 일반 분양가는 각각 3.3㎡당 470만원, 1840만원"이라며 "분양가를 좀 더 올리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업 성공을 위해 보수적으로 책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통시장과 집창촌 등의 이주 문제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지만 세입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천호1구역조합은 최근 서울시 SH공사를 공동 시행자로 참여시키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협의가 성사되면 SH공사는 처음으로 민간 정비사업의 시행자가 된다. 

    SH공사 관계자는 "사업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 시공사에 휘둘리지 않는 사업 진행을 위한 것"이라며 "전문성이 필요한 건설사 관리 등을 공사가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훈 팀장도 "SH공사와 공동 시행자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건설사 관리뿐 아니라 SH공사로부터 싼 금리로 일부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어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천호1구역 내 전통시장인 천호시장에는 오전 시간에도 많은 상인이 일하고 있었다.ⓒ뉴데일리경제
    ▲ 천호1구역 내 전통시장인 천호시장에는 오전 시간에도 많은 상인이 일하고 있었다.ⓒ뉴데일리경제


    조합 사무실을 나와 천호1구역을 둘러봤다. 동서울시장, 천호시장 등 전통시장과 '천호동 텍사스'라 불리는 집창촌이 펼쳐져 있었다. 이른 오전이어서 집창촌 쪽으로 출입하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시장 상인들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A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개발 논의가 진행되면서 상가 주인들이 점포를 비우기도 했다"며 "그래서 몇몇 상인들이 결국 이주했고 남은 이들은 개발 이야기에 예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건설사들의 홍보 요원이 동네에서 눈에 띄거나 하진 않는다"며 "상가 주인 등 토지주들과 따로 접촉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집창촌 관계자는 적정한 수준의 이주 비용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천호1구역 내 집창촌 입구 모습.ⓒ뉴데일리경제
    ▲ 집창촌 관계자는 적정한 수준의 이주 비용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천호1구역 내 집창촌 입구 모습.ⓒ뉴데일리경제


    집창촌에서는 인터뷰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개발이 되긴 되는 것이냐"며 반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국 성매매 종사자 모임인 한터전국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조합에서 이주 비용 관련 논의를 꺼낸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른 협의가 진행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호1구역 집창촌에서 일하는 여성 종사자는 120여명, 업주는 40여명 정도 된다"며 "개발 자체는 토지주에게 달린 일이지만 적정한 보상 없이 이들을 힘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SH공사 관계자는 "이주, 철거 등은 천호1구역 조합 소관이다"면서도 "이주 등의 문제를 두고 조합과 세입자 간 충돌이 생긴다면 공공성 등을 고려해 협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 ▲ 천호시장 근처 골목에는 여관과 작은 성매매 업소 등이 들어서 있었다.ⓒ뉴데일리경제
    ▲ 천호시장 근처 골목에는 여관과 작은 성매매 업소 등이 들어서 있었다.ⓒ뉴데일리경제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입찰 마감은 내달 19일이다. 오는 5월 16일과 24일 두 차례 입찰에 참가한 건설사들의 합동홍보설명회가 계획돼 있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5월 24일 혹은 28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 천호동 423-200번지 3만8508.20㎡ 일대에 지하5층 지상40층, 4개 동, 총 999가구(임대 117가구 포함) 규모에다 △상업 △문화 △복지시설 등을 포함하는 주상복합단지가 건립된다. 조합원 분양은 300~400가구, 일반 분양은 500여가구로 예상되나 사업계획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설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천호1구역 입찰 참가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천호역 역세권이고 강남권에 속해 있는 지역인 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투자 심사 등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황이어서 입찰 참가를 예단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사업 참여는 면밀한 심사가 이뤄진 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