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창촌 "최소한의 이주 비용 보장하라"추진위 "일방적 주장 유감… 협의 위해 노력할 것"
  • ▲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청량리4구역 재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청량리4구역에 있는 집창촌 모습.ⓒ뉴데일리경제
    ▲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청량리4구역 재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청량리4구역에 있는 집창촌 모습.ⓒ뉴데일리경제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청량리4구역 재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청량리4구역에 있는 집창촌인 '청량리588' 세입자들과 청량리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추진위원회(추진위)는 이주 비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23일 오전 9시, 뉴데일리경제는 서울 종각에서 대중교통으로 30여분을 달려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재개발 사업지인 동대문구 전농동 620-47번지 일대는 청량리역 바로 옆에 있다.  

    지역을 둘러보니 성매매가 이뤄지는 골방이 줄지어 있었다. 아침 시간인데도 일부 점포에선 붉은 등을 켜놓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여성 종사자들은 "할 말이 없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전국 성매매 종사자 모임인 한터전국연합회 관계자는 "여성 종사자들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린다"며 "현재 청량리588에 업주는 60여명, 여성 종사자는 150여명 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 ▲ 청량리4구역 재개발 추진위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축하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내걸었다.ⓒ뉴데일리경제
    ▲ 청량리4구역 재개발 추진위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축하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내걸었다.ⓒ뉴데일리경제


    청량리4구역은 집창촌 외에도 낡은 △모텔 △소형 슈퍼 △식당 △노래방 등이 어지럽게 섞여 있었다. 전봇대에는 추진위가 내건 관리처분계획인가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주민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지역 발전과 주거 환경 개선 등을 위해 빨리 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집창촌 사람들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청량리4구역 주민 한미순(50·가명)씨는 "서울 도심과 가까운 지역임에도 낙후된 주거 환경 때문에 집값이 저평가돼 왔다"며 "재개발이 되면 청량리4구역은 물론 인근 지역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주민 민상철(66·가명)씨는 "외부에서 집창촌이니 뭐니 해도 이곳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삶의 터전을 함께 가꿔 왔다"며 "토지주들이 재개발을 하겠다면 말릴 수 없지만 이주 비용 등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전했다. 

  • ▲ 청량리4구역은 이주 비용을 둘러싼 추진위와 집창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도로변에 있는 집창촌 모습.ⓒ뉴데일리경제
    ▲ 청량리4구역은 이주 비용을 둘러싼 추진위와 집창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도로변에 있는 집창촌 모습.ⓒ뉴데일리경제

       
    청량리4구역 재개발은 1990년 중반부터 추진됐다. 하지만 집창촌 업소 종사자들과 점포 상인들의 반대로 사업이 진척되지 못했다.

    그러다 2004년 집창촌을 규제하는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청량리 588도 점차 쇠락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서울시가 2010년 성바오로병원과 주변 상가, 청량리588을 통합해 재개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병원과 상가 주민들은 재개발을 거부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청량리4구역은 2013년 성바오로병원과 상가 부지 1만7031㎡를 제외한 4만3207㎡로 확정됐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청량리4구역 재개발 계획안을 통과시킨 후 "2014년 착공해 2019년 완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착공을 장담하던 때와 달리 2016년 2월 현재 시점에서도 착공은커녕 이주 비용에 대한 협의조차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주 비용을 둘러싼 추진위와 집창촌 간 입장 차이가 커서다.  

    한터전국연합회 관계자는 "서울 용산과 강원 춘천시 등에서 재개발이 이뤄졌을 때 그 지역 집창촌이 받았던 이주 비용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추진위가 보상한다고 하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며 "재개발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집창촌 세입자들은 기피 업종이라는 이유로 일반 상가보다 4~5배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 왔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재개발을 핑계로 나가라고 하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집창촌을 허무는 것 자체는 시대의 흐름이고 이것을 반대할 생각은 없다"며 "납득할 수 있는 이주 비용을 제시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말해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반면 추진위 측은 협의 절차를 밟고 있는데도 일방적인 주장만 보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어느 재개발 사업장이든 세입자들은 생존권을 주장하며 사업에 반대한다"며 "정확한 이주 비용 금액을 밝힐 순 없지만 집창촌 문제를 전담하는 이주보상센터 테스크포스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창촌 위주로 기사가 나오는 것은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10여년을 함께 일해온 롯데건설 관계자 중에서도 재개발 진행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까지 있다"고 토로했다.  

  • ▲ 동대문구와 롯데건설은 추진위와 집창촌 간 협의가 이뤄져 청량리4구역 재개발이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진은 청량리4구역 공사 현장 모습.ⓒ뉴데일리경제
    ▲ 동대문구와 롯데건설은 추진위와 집창촌 간 협의가 이뤄져 청량리4구역 재개발이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진은 청량리4구역 공사 현장 모습.ⓒ뉴데일리경제


    청량리4구역 담당 행정기관인 동대문구와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가급적 양자간 협의가 이뤄져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재개발 자체가 아닌 금액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건데 추진위 내부에서도 이주 비용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진위가 이주 비용에 대해 명확한 계획을 수립한 후 협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건설 관계자도 "지난해 11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인 만큼 일정이 늦어지지 않도록 추진위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롯데건설은 청량리4구역에 지하8층 지상65층, 4개 동, 전용 84~98㎡, 총 1372가구 규모 아파트와 오피스텔, 호텔, 업무시설 등을 포함하는 주상복합단지를 건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