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이재현 회장, 백의종군과 건강악화로 사임기아차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SK '고위임원 퇴직금' 줄여
  • ▲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각 사
    ▲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각 사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오너家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고위 경영진의 권한을 축소시켰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기아차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되며 책임경영을 이어갔다.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주주권익 보호에도 나섰다. LG그룹은 구본준 부회장을 LG화학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해 오너家 책임경영과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슈퍼 주총 데이는 대기업 총수들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데 무게 중심을 뒀다.

     

    우선 SK그룹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2년 만에 SK(주) 등기이사에 복귀했다. 이날 최 회장은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총 직후 이사회에서 조대식 사장, 박정호 사장 등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이사회 의장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로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SK네트웍스도 최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이 등기이사에 신규선임됐다. 최신원 회장은 오너가의 맏형으로, 경영일선 복귀는 SK그룹 전반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실적 부진에 빠진 SK네트웍스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SK 오너가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지난해 영업이익 193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1% 마이너스 성장했다. 또 KT렌탈 인수전 실패, 워커힐면세점 영업권 박탈, 해외자원개발 부진 등 경영 위기에 빠진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사내이사가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 박정호 SK(주) 대표이사 사장이 SK하이닉스 사내이사에 추가로 선임됐다. SK(주)를 비롯해 SK네트웍스,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계열사들은 임원 퇴직금 체계를 개편했다. 회장 등 고위 임원의 퇴직금이 기존보다 3분의 1로 줄었다.

     

    정의선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책임경영을 이어갔다. 기아차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에 재선임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도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정 부회장은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 현대차(11일) 사내이사, 기아차 기타비상무이사에 재선임된 것이다. 오는 24일 현대엔지비 기타비상무이사에도 재선임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의 사내이사는 아직 임기가 남아 있다. 

     

    또 기아차는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투명경영위원회는 인수·합병(M&A), 주요 자산취득 등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경영 사항이나 배당과 같은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 등에 대해 주주권익을 반영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주주와의 소통 활성화 및 주주권익 향상을 위한 개선방안 발굴을 위해 회사의 핵심 현안을 상시적으로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회사의 중장기 경쟁력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서도 제언하게 된다.

     

    LG그룹은 구본준 부회장에 힘이 실렸다. LG전자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고, LG화학 기타빙상무이사에 선임됐다. LG전자는 이사회 정원을 7명에서 9명으로 확대했다. 조성진 H&A 사업부장(사장)과 조준호 MC사업부장(사장)을 등기이사로 추가 선임하기 위해서다. 사업부별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CJ그룹은 건강이 악화된 이재현 회장이 임기가 만료된 CJ(주)와 CJ제일제당 등기이사에서 빠졌다. 22년만에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것이다. 대신 신현재 CJ(주) 경영총괄 부사장과 허민회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각각 CJ(주)와 CJ제일제당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현대상선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현정은 회장과 김명철 상무가 사내이사에서 사임하고 김정범 전무(비상경영실장)와 김충현 상무(재무책임자)가 신규로 선임됐다. 특히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7대1 감자를 결정했다. 주주들의 성토가 있었지만, 상장폐지는 막아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원안대로 통과됐다. 대신 이사회 7명의 이사보수 한도는 지난해 70억원에서 35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과 아들 2명, 전문경영인인 이상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재선임됐다. 사상 최대 실적과 배당, 주가 상승 등이 주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셋째 아들인 조현상 부사장, 이상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지난해 효성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500원을 배당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은 표출되지 않았다. 주가 역시 상승해 실적에 부응하는 성과를 보였다. 2015년 3월 7만5000원대에서 현재는 14만2000원대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때문에 특별한 이의제기 없이 약 30분만에 마무리 됐다.

     

    한진그룹도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과 지창훈 사장이 등기이사에 재선임됐다. 지난 13일 조양호 회장이 조종사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면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오토 파일럿 상태에서 조종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게 아니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는데, 이를 두고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명예를 훼손했고, 항공사 CEO로서 자격 미달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주총장에는 이규남 조종사 노조위원장이 여러 차례 이의 제기를 하면서, 의장인 지창훈 사장과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큰 소동 없이 원안대로 모든 안건이 통과됐다. 조양호 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