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항목 너무 많아 점수 따기 어려워"배치기술자 등 일부 항목 조정해야" 성토
  • ▲ 올해 종심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사진은 공사 현장.ⓒ뉴데일리
    ▲ 올해 종심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사진은 공사 현장.ⓒ뉴데일리


    올해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중견 건설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종심제가 저가 경쟁을 부추기는 최저가낙찰제를 보완했지만, 평가 항목이 많아 수주가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사들은 종심제로 인해 공공공사 수주가 힘들어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종심제는 300억원 이상 규모의 공공공사에서 공사수행 능력과 가격, 사회적 책임 등을 따져 수주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종심제 이전 입찰제도인 최저가낙찰제는 가장 낮은 입찰가를 써낸 회사가 공사를 따내는 구조였다. 
     
    A 중견사 관계자는 "종심제는 평가 항목이 너무 많다"며 "대형사보다 '스펙'이 부족한 우리는 항목마다 점수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살펴보면 종심제 평가 항목은 △공사수행능력 50점 △입찰금액 50점 △사회적 책임 가점 1점 등으로 나뉜다. 여기에 발주처가 각 항목별로 △시공실적  △배치기술자 △시공평가결과 △가격점수 △하도급계획심사 △지역경제 기여도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B 중견사 관계자도 "이대로라면 우리는 수주전은 물론 컨소시엄 구성 시 대형사에 끌려다니게 된다"며 "건설사 규모별로 수주 자격을 제한하는 식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항목 점수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종심제는 입찰가 평균 가격을 만점으로 하기 때문에 대형사와 중견사 간 가격 경쟁력 차이가 거의 없다. 하지만 다른 항목에선 업체별 체급 차이로 인해 점수가 벌어진다.  

    C 중견사 관계자는 "배치기술자와 시공실적 등 중소형사가 대형사를 따라잡을 수 없는 항목의 점수가 조정돼야 한다"며 "특히 배치기술자 항목은 인력 확보가 유리한 대형사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기술자가 있더라도 한 사업장이 공정률 50%에 미달하면 재배치가 힘들기 때문에 결국 머릿수가 중요하다"며 "중견사가 배치기술자 평가에서 대형사와 비슷한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토부, 조달청, 기획재정부 등 당국은 2014년과 지난해 종심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항목별 점수 등을 조정했기 때문에 올해 전면 시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공 능력이 부족한 일부 건설사들 입장에선 과거처럼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면서도 "종심제를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가 공사를 맡는다면 국민에게 이익"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 단독으로 종심제 시행을 결정한 것도 아니고 대한건설협회 등이 참여한 민관 협의체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며 "중견사들의 의견은 지속해서 수렴하겠지만 종심제 의의가 퇴색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발주 프로젝트 중 종심제 사업은 71개, 사업 규모만 7조9000억원에 이른다. △토지주택공사 35건, 2조6854억원 △도로공사 23건, 2조6354억원 △수자원공사 6건, 8312억원 △철도시설공단 7건, 7694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