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불구 회사 설립 후 첫 적자..."LCD 미래 없다" 반증디스플레이 시장 판도변화 바람…"LCD 집중 중국 초격차 기회 삼아야"
  • ▲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올레드TV 생산라인. ⓒLG디스플레이.
    ▲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올레드TV 생산라인. ⓒLG디스플레이.


    "세계 최대 패널 업체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BOE가 회사 설립 후 처음 적자를 냈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임원은 최근 기자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삼성이 스마트폰 화면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아몰레드(AMOLED)로 바꾸면서, 그동안 삼성에 의존해왔던 BOE가 직격탄을 맞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는 BOE조차 적자가 난다면 다른 LCD 업체들은 얼마나 어렵겠냐"며 "BOE는 현재 이 같은 상황을 공식적으로 발표할지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 전체 제품군에 LCD 대신 아몰레드를 적용키로 했다. 삼성전자 보급형 스마트폰에 LCD 패널을 공급해왔던 BOE 입장에서는 최대 고객사를 잃게 된 셈이다.

    BOE는 중국 정부로부터 법인세 감면, 세금 면제 등과 같은 세제 혜택을 비롯해 국유 펀드로부터 다양한 금융 지원을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10.5세대 LCD 패널 공장을 짓고 있다.

    공장을 세우는 데 들어가는 10조원이 넘는 전체 투자비 가운데 중국 정부가 80% 이상을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10.5세대란 마더글라스의 가로, 세로 크기를 뜻한다. 삼성과 LG는 현재 10세대(가로 2.9M, 세로 3.1M)보다도 작은 가로 2.2M, 세로 2.5M의 8세대급 마더글라스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LCD를 포함해 TV 패널은 마더글라스라는 유리기판을 잘라 생산한다. 마더글라스가 커지면 TV 패널 생산 숫자가 늘어난다. LCD 패널에 대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BOE는 높아진 생산성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세계 1, 2위에 올라 있는 삼성과 LG를 밀어내고 TV 시장 주도권을 잡을 계획이다. 우리 기업에는 충분히 위협적인 행보다.

    하지만 BOE가 삼성의 '아몰레드 올인' 결정으로 1분기 적자라는 충격을 맛봤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 기업 앞에 늘 움추러들었던 우리 기업들이 보기 좋게 한 방 먹였다는 점에서 통쾌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하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LCD 패널 업계 최대 유망주 BOE가 적자일 정도로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수익 구조상 LCD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아몰레드로 번 돈 대부분을 LCD가 까먹은 손실을 매우는 데 쓰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올해 1분기 동안 LCD 부문에서 9000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입었는데, 아몰레드가 거둬들인 5000억원으로 간신히 빈 곳간을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LG디스플레이는 TV 위주로 아몰레드라고 불리는 OLED 패널을 적용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LCD에 한 발을 걸쳐둔 채 OLED로의 전환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빠르게 OLED 사업을 변곡점으로 삼아 TV시장 세계 1위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투자는 LCD에 집중돼 있다"며 "우리가 OLED 사업에 힘을 준다면 BOE 사례처럼 중국 기업을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