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소음예측값, 소음진동관리법 기준 웃돌아… 입주자 모집 걸림돌 우려주택건설기준 규정에 야간 소음기준 없어… 행복주택 밀어붙이기 꼼수 지적도
  • ▲ 가좌지구 행복주택 건설현장.ⓒ국토부
    ▲ 가좌지구 행복주택 건설현장.ⓒ국토부

    '철도 위 주택'인 서울 가좌역 행복주택이 입주자를 모집하는 가운데 소음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9층 이상 고층부에서 야간 소음 예측값이 소음진동관리법 기준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가좌지구 행복주택 교통소음 예측평가에서 주택건설기준에 관한 규정의 실외 소음기준을 충족했다며 행복주택 건설을 추진했지만, 이 규정에는 야간 소음 기준이 빠져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9일 국토부에 따르면 30일 모집공고를 통해 서울 가좌역 등 4곳에서 총 1638가구의 행복주택 입주자를 모집한다. 이번 모집부터 취업·재취업준비생과 예비신혼부부도 행복주택을 청약할 수 있다.

    서울 가좌지구는 '철도 위 주택' 개념을 적용한 시범사업지구다. 유수지나 철도부지를 활용해 학교·직장에서 가깝고 임대료가 시세보다 낮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애초 행복주택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곳으로 꼽힌다.

    우려되는 부분은 열차 운행에 따른 소음이다. 국토부 설명대로면 가좌역은 하루 400회 이상 열차가 지나는 곳이다.

    국토부는 5m 높이의 방음벽을 설치하고 사전 소음예측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음 저감 설계를 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반이 설치된 구간은 구조물이 소음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소음예측 시뮬레이션 결과에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좌역 행복주택의 소음예측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가좌역 사업부지는 하부의 경의선이 주요 소음원으로 분석됐다.

    2013년 8월 26~27일 현재의 B동에 해당하는 사업예정부지에서 측정한 평균 소음 값은 주간 73.7데시벨(㏈), 야간 66.7㏈이다.

    일반적으로 소음 40㏈ 이상은 숙면방해, 50㏈ 이상은 호흡·맥박수 증가, 60㏈ 이상은 수면장애를 일으킨다. 70㏈에 장시간 노출되면 말초혈관의 수축반응이 일어난다. 80㏈이면 청력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현장 측정값을 토대로 행복주택 총 437개 지점의 실외소음도를 예측한 값을 보면 A동 1001호 거실에서 최댓값이 나왔다. 주간 최대 소음은 64.4㏈, 야간은 62.1㏈로 각각 나타났다. A동 앞에는 5m 높이의 방음벽이 설치된다.

    국토부는 최대 소음예측값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실외소음 기준(65㏈)보다 낮은 만큼 전체 세대에서 소음기준을 만족한다는 태도다.

  • ▲ 가좌지구 행복주택 철도소음 분석.ⓒLH
    ▲ 가좌지구 행복주택 철도소음 분석.ⓒLH

    하지만 주택건설기준 규정에는 야간 소음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다.

    가좌역 행복주택 A동 1001호의 야간 소음예측값은 62.1㏈이다. 이는 도시계획을 수립하거나 환경영향평가 때 기준이 되는 환경정책기본법의 도로 주변 주거지역 소음기준 5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규제 잣대인 소음진동관리법도 철도 주변 주거지역의 야간 소음기준을 60㏈로 정하고 있다.

    소음진동관리법을 기준으로 가좌역 행복주택 소음예측값을 살펴보면 9층 이상 고층부에서 소음문제가 심각하다.

    최고 20층인 A동은 고층부의 경우 층별 1·2호실과 5·6호실에서 각각 60㏈ 이상으로 기준을 초과했다. 1호실은 19층과 20층 침실을 제외하면 거실과 침실 모두에서 야간 소음 값이 60㏈을 넘었다.

    최고 18층인 B동은 9층 이상 고층부 각 층 1·2호실에서 소음기준을 초과했다. 1호실의 경우 13~18층은 침실에서도 60㏈을 웃돌았다.

    최고 18층인 C동은 1·4·5호실에서 야간 소음 값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5호실은 9~18층 전체가 기준치보다 소음이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저층부인 6~8층에서도 일부 호실에서 야간 소음 값이 기준을 초과했다. 6·7층은 각각 2개 호실, 8층은 9개 호실에서 기준치를 넘겼다.

    소음·진동 전문가는 "예측값은 열차가 지날 때 측정되는 '최고소음도'가 아니라 일종의 평균값인 '등가소음도'를 적용하므로 실제 소음은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대개는 예측값과 준공 후 실측값이 비슷하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준공 이후 실제 야간 소음 측정값이 소음기준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는 또 "소음관리가 국토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돼 있는 것도 문제"라며 "주택건설기준에 관한 규정에 야간 소음 기준을 적용하면 솔직히 도심 도로 주변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토부가 대선공약인 행복주택 건설을 밀어붙이려고 철도부지의 소음기준을 무시했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혼부부는 출산 등을 고려해 철로에서 먼 남쪽 호실을, 야외활동이 많은 대학생은 철로에서 가까운 북쪽 호실을 배치했다"며 "소음·진동을 줄이는 방법으로 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