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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대 이상의 고가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수입차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고급차 시장에서의 국산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5000만~1억원대의 수입차 판매는 총 2만8991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00여대 늘어난 수치다.
5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 자동차 시장에는 고가의 국산 차량이 포진해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DH와 EQ900이 있고 기아차는 K9, 쌍용차는 체어맨W가 있다.
수입차 중에서는 벤츠 E클래스를 비롯해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베스트셀링카들이 포진돼 있다.
주요 모델의 1분기 판매 실적을 보면 현대차 제네시스DH는 8267대, EQ900은 8210대 팔렸다. 기존 에쿠스도 42대 판매됐다. 기아차 K9은 742대, 쌍용차 체어맨W는 273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 고급화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제네시스DH는 물론 EQ900도 인기를 끌었다. 반면 K9은 정몽구 회장이 직접 마케팅맨을 자처하는 등 고급차 마케팅을 펼쳤지만, 여전히 힘을 못쓰고 있다. 체어맨W 역시 올해 최고가 트림인 카이저를 선보이며 고급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성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
고가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들이 제자리 걸음 하는 사이 수입차들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1분기에 벤츠 E클래스는 무려 5696대나 판매됐고 BMW 5시리즈 2934대, 아우디 A6도 2555대 팔렸다.
여기에 올해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완전변경 모델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어 향후 판매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산차는 제네시스DH의 부분변경모델 출시 외에는 별다른 신차 계획이 없다. 이미 판매에서 뒤지고 있는 모델들로 공세에 나선 수입차와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한다.
자동차 업계는 고가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가 갈수록 점유율을 뺏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고급차 시장을 뺏기는 것은 완성차 회사들로써는 뼈아픈 일"이라며 "고급차는 기업 이미지 제고는 물론 수익성 부분에서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도 "저유가와 FTA 등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수입차 판매가 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E세그먼트 차량의 인기가 꾸준하고 신차도 이어지고 있어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격대별 올 1분기 수입차 판매는 5000만~7000만원이 2만218대로 가장 많았고 3000만~4000만원 1만3298대, 7000만~1억원 8773대, 4000만~5000만원 8208대, 1억~1억5000만원 2585대, 1억5000만원 이상 1793대, 3000만원 이하 1116대로 집계됐다. -